성과연봉제 입장 바꾼 하영구 회장, 산별교섭 재개 힘 싣는다
2017-08-28 16:43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이 성과연봉제를 둘러싼 노사 간 갈등으로 그동안 중단됐던 산별교섭 재개를 위해 나선다. 임기를 3개월여 남기고 태도 변화를 보인 셈이다. 하 회장은 전 정권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력하게 주장했던 인물 가운데 하나다.
28일 은행권에 따르면 이날 오후 은행연합회 이사회에서는 일부 정관 변경 의결을 골자로 한 회의가 열린다. 산별교섭 재개 여부를 두고 의견 교환도 이뤄질 예정이다. 회의에 참석하는 한 은행장은 "산별교섭 관련 내용은 공식 상정된 안건은 아니었다"며 "다만 필요에 의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고 말했다.
2010년부터 개최됐던 금융권 산별교섭은 지난해 사용자협의회가 와해되면서 잠정 중단됐다. 성과연봉제 도입 여부를 두고 노사 갈등이 빚어지면서 사용자 대부분이 협의회를 탈퇴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 산별교섭 복원 논의를 주재하는 하영구 회장은 성과연봉제 도입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지난 5월 말에는 새 정부를 향한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은행권 제언'으로 성과연봉제 도입 등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하 회장은 "호봉제를 폐지하고, 임금의 유연성을 제고해 은행권도 양질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해야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노동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성과연봉제 도입은 더이상 탄력을 받지 못하게 됐다. IBK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금융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성과연봉제가 폐지되는 추세다. 오는 11월 말 임기 만료를 앞둔 하 회장의 행보에 더욱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이날 이사회 시작 전 하 회장은 "산별교섭 재개와 성과연봉제는 별개의 문제로, (성과연봉제에 대해) 할 말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33개의 사용자협의회 중 은행권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하는 것뿐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하 회장이 스스로 인정하지 않아도 결국 흐름에 수긍한 것으로 봤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은행들의 의지와 목소리를 결집하는 곳이 은행연합회다"며 "하 회장이 예전처럼 강력하게 성과연봉제 도입을 주장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이달 17일, 24일 불발된 산별교섭이 오는 31일에는 원활이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 정당한 이유 없이 노조의 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는 것은 부당노동행위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