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 박근혜 정부 에너지 공공기관 기능조정…"공공선 전면 재검토"목소리 커져
2017-08-28 18:18
발표 당시 헐값매각 논란 불거져…전력판매 등 주요 사안 지지부진
지난해 6월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에너지 공공기관 기능조정안' 중 전력판매시장 개방, 발전사 주식상장 등 굵직한 사안이 '지지부진'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발표 당시에도 '민영화' 논란이 거셌고, 사회적 합의도 이뤄지지 않은 채 추진된 탓에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특히 공공기관이 보유한 자회사를 매각, 경영 안정화를 꾀하겠다는 계획 역시 '헐값 매각' 논란이 불거지며,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재검토하겠다는 발언까지 나온 상태다.
한국전력이 독점한 전력 판매(소매) 분야를 단계적으로 민간에 개방한다는 전력판매시장 개방의 경우, 경쟁체제를 구축해 다양한 서비스를 창출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그러나 소규모전기공급사업, 소규모전력중개사업 등 전력판매시장 개방을 염두에 두고 추진된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국회 통과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당이 추진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은 원자력 발전 등을 포함해 25조원 규모의 전력수급계획을 현행처럼 상임위 보고로 끝내는 게 아니라, 국회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탈원전 논란에 전력판매시장 개방은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의미다.
에너지공공기관 주식상장 작업 역시 답보 상태다. 정부는 공공기관 기능조정안 발표 당시 한전 발전자회사 5곳과 한국수력원자력, 한전KDN, 가스기술공사 등 에너지 공공기관 8곳의 증시 상장 추진 계획을 밝혔다.
첫 시작은 남동발전이고 다음이 동서발전이었지만, 연내 상장은 물건너 갔다는 평가다.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석탄화력 감축으로 방향이 잡히며 화력발전에 의존하는 두 발전사가 제값을 받지못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또 이전 정부와 달리 공공성을 중시하는 까닭에 시장성을 키우는 상장작업을 무리하게 추진할 요인도 없다.
자회사 매각을 통한 재무구조 안정화 역시 반대 목소리가 거센 상황이다.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자회사인 한국지역난방기술 매각의 경우, 정치권과 노조의 비판이 만만찮다.
최근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지역난방기술 노조는 매각 폐지 성명서를 발표했다.
지역난방기술 지분 50%는 사모펀드가 소유 중이다. 사모펀드가 지분 우선 매수권을 보유하고 있어 매각이 진행되면 나머지 50% 지분도 사모펀드로 넘어갈 가능성 크다.
노조는 "정부가 국가적 차원에서 지켜야 할 집단에너지분야 설계기술과 열수송관 정보를 투기자본에 넘기는 특혜성 매각"이라며 "국가가 보유하던 설계기술력을 사유화하면 국가적, 사회적 비용이 늘어나 결국 국민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백운규 산업부 장관 역시 "현재 진행 중인 한난기술 매각을 재검토하겠다"고 말하는 등 이전 정부와 다른 입장을 나타냈다.
학계 관계자는 "이전 정부에서 무리하게 추진한 일부 에너지 공공기관 기능 조정안의 경우 경제적, 사회적 검토와 합의 과정이 생략됐다"며 "공공성을 우선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