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재판' 이재용 1심 선고... 재계 관심 집중
2017-08-25 07:08
'세기의 재판'으로 불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선고가 25일 오후 2시 30분에 열리는 가운데, 삼성을 비롯한 재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7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433억원의 뇌물을 건네거나 약속한 혐의 등으로 이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당시 삼성은 예상보다 높은 구형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1심 선고를 기다려봐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삼성전자 1심 선고 후 대응방안 논의... 대법원 판결까지 염두, 관련 절차 대비
올초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미래전략실이 해체되면서 사실상 그룹의 맏형 격인 삼성전자는 지난 24일 관련 팀을 중심으로 재판 일정을 공유하며, 1심 선고 후 대응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부회장의 변호인측 역시 유죄가 나올 경우 항소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대법원 판결까지 염두에 두고 관련 절차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특검이 '무리한 짜맞추기식 수사'로 직접적인 증거나 증언을 확보하지 못해 이 부회장의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약 5개월간 53차례 공판이 진행되며 59명의 증인이 나왔지만, 핵심 증거가 없다는 주장이다.
또 지난 23일 법원이 이 부회장 선고 공판 생중계에 대해 공공의 이익보다 피고인의 불이익과 무죄추정의 원칙 등을 고려해 불허 방침을 밝힌 것에 대해 삼성은 "이 부회장 재판과 관련해 특정 입장을 내긴 힘들다"며 말을 아끼면서도 내심 안도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삼성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와 악화된 여론을 의식한 재판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미지수다. 많은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재판인 만큼 재판부도 선고에 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2일 진행된 이 부회장의 1심 선고 방청권 응모에 450여명이 몰려 15대 1이 넘는 높은 경쟁률을 보인 가운데, 삼성에서는 1장의 방청권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금일 선고에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삼성 그룹의 주요 현안이었는지 판단하고, 이를 대가로 각종 지원이 이뤄졌는지 등을 따져본다.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 지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대한 후원금 지원,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출연 등이 각각 뇌물 제공에 해당하는지도 판단하게 된다.
아울러 뇌물공여와 묶인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 은닉 규제법 위반에 대한 판단도 뒤따를 예정이다. 이 부회장의 국회 위증 혐의는 공소사실 가운데 가장 마지막으로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심 집중.... “실형 나올 경우, 국내 기업 활동 위축될 수 있어”
재계 역시 삼성의 1심 선고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이 국내 경제에서 갖는 상징적 의미가 큰 만큼, 재판부의 최종 판결에 따라 국내 기업 환경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정부의 부당한 요청을 거절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며 "이 부회장이 높은 형을 받는다면 향후 정부 협력은 물론이고, 기업이 각종 투자에 나서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이라는 브랜드 이미지에 적지 않은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구속된 사실이 이미 세상에 알려지면서 삼성 브랜드 이미지는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됐다"며 "판결이 이 부회장에게 특혜를 주어서도 안 되지만, 마녀사냥식의 여론재판을 해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 부회장에게 실형이 선고되면 1심 재판의 구속 만기(27일 자정)를 앞두고 다시 서울구치소에 수감된다. 반면 무죄나 집행유예가 선고되면 구치소로 돌아가 개인 소지품을 챙긴 뒤 귀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이 자택에 들어가게 된다면 2차 구속영장이 청구돼 피의자 심문을 받은 2월 16일 이래 190일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