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벗은 ’백수오’…내츄럴엔도텍 재기할까

2017-08-23 03:00
식약처 “뜨거운 물 추출땐 무해”
원료관리 강화 등 신뢰회복 나서
대형 홈쇼핑 재입성 여부가 관건
업계선 “백수오 악몽…판매 신중”

내츄럴엔도텍의 '백수오궁' [사진=내츄럴엔도텍 제공]


내츄럴엔도텍이 비로소 한숨을 돌렸다. 이른바 ‘가짜 백수오’ 사건을 일으킨 ‘이엽우피소’가 백수오에 섞여 있어도 인체에 해가 없다는 보건당국 조사 결과가 나와서다. 이를 발판으로 백수오 제품이 대형 홈쇼핑에 재입성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내츄럴엔도텍은 22일 식품의약품안전처 백수오 위해평가 발표와 관련 “소비자 신뢰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식약처는 이날 뜨거운 물로 추출한 열수추추물 형태의 백수오에는 이엽우피소가 일부 들어있어도 건강엔 문제가 없다는 평가 결과를 내놨다.

이엽우피소는 2015년 4월 가짜 백수오 사건을 불러온 성분이다. 당시 백수오 제품은 홈쇼핑을 중심으로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시장 규모가 3000억원대에 달했다. 하지만 제품에 들어간 백수오 원료에서 이엽우피소가 섞여 있는 것이 확인되면서 큰 논란이 일었다. 이엽우피소는 갱년기 증상 개선·면역력 강화 등의 효능이 있는 백수오와 겉모양은 비슷하지만 간독성·신경쇠약·체중감소 같은 부작용을 일으킨다.  
 

백수오 [사진=내츄럴엔도텍 제공]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은 1위 업체인 내츄럴엔도텍이다. 백수오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던 내츄럴엔도텍은 가짜 백수오 사건으로 주가와 매출이 급락했다. 창업자인 김재수 대표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홈쇼핑업계에도 불똥이 튀었다. 백수오 제품이 주로 홈쇼핑에서 판매됐던 탓이다. 2015년 한해 6개 홈쇼핑 업체가 환불한 금액만 417억원에 달했다. 979억원 어치를 판매한 홈앤쇼핑이 155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롯데홈쇼핑은 103억원, 현대홈쇼핑 88억원, CJ오쇼핑 35억원, GS홈쇼핑 33억원, NS홈쇼핑은 3억원을 환불했다.

내츄럴엔도텍은 원료 관리를 강화하며 재기를 노리고 있다. 이엽우피소 같은 이물질 혼입 방지를 위해 식약처 검사명령제를 도입했다. 백수오는 농협과 함께 파종부터 재배, 원료 가공, 포장 전 과정을 공동 관리 중이다.

홈쇼핑 판매도 재개했다. 7월 31일부터 공영홈쇼핑에서 백수오 판매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총 두 차례 판매 방송도 했다. 2회 방송 모두 준비한 제품이 모두 팔렸다. 업체 측은 “공급 물량이 수요에 못 미치고 있다”면서 “제품이 수급되는 대로 추가 홈쇼핑 방송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년 만에 돌아온 백수오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만 대형 홈쇼핑업계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업계는 2년 전 백수오 논란을 ‘악몽’으로 기억한다. 가장 큰 판매처였던 홈앤쇼핑에 다시 들어가지 못한 것도 이 때문으로 알려졌다.

A홈쇼핑 관계자는 “백수오가 최근 재판매되고 있다는 소식에 정말 깜짝 놀랐다”면서 “공영홈쇼핑은 2년 전 백수오 사태를 겪지 않은 곳이라, 그런지 몰라도 현재로서 다시 판매할 생각이 전혀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B홈쇼핑 관계자 역시 “백수오 사태는 백수오 제품 하나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홈쇼핑업계에서 파는 건강기능식품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 초유의 사건이었다”면서 “식약처 발표가 나왔지만, 재판매에 대해서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신뢰도 문제도 걸림돌이다. 사건 당시 ‘허위 과장 광고’ 논란에 휩싸이며 여론의 뭇매를 맞은 터라, 5년마다 사업권 재승인을 받아야 하는 업체들로선 아예 판매를 안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생각이다.

C홈쇼핑 관계자는 “당시 환불을 요구하는 소비자 항의 전화가 빗발쳐 콜센터가 며칠간 마비, 아예 다른 상품도 판매를 못 했었다”면서 “홈쇼핑은 여전히 신뢰도 추락에 따른 상흔이 깊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연내 백수오를 재판매할 홈쇼핑사는 없어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업계는 내츄럴엔도텍이 재기에 성공하려면 대형 업체에 다시 진입하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내츄럴엔도텍 관계자는 “공영홈쇼핑에 이어 대형 홈쇼핑 업체와도 판매 논의를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