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에게 '빛' 돌려준다...삼성 C랩 '릴루미노 앱' 개발

2017-08-20 11:00

삼성전자 '릴루미노' 팀원들이 시각장애인들이 사물이나 글자를 보다 뚜렷이 볼 수 있게 보조해 주는 애플리케이션 '릴루미노'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대부분의 시각장애인이 여가생활로 TV를 시청한다는 기사를 보고 놀랐습니다. 까만 선글라스와 하얀 지팡이가 시각장애인에 대한 인식이었는데, 그들이 과연 어떻게 TV를 시청하는지 궁금해졌죠. '릴루미노'의 시작은 단순한 호기심이었습니다."

조정훈 삼성전자 CL(Creative Leader)은 시각장애인에 대한 호기심과 그들이 집에서 TV, 책 등을 볼 때 보다 잘 볼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시각장애인에게 빛을 돌려주는 '릴루미노 앱'을 개발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릴루미노는 스마트폰과 가상현실(VR) 기기를 활용해 저시력 시각장애인이 보다 사물을 분명하게 인식하도록 도와주는 애플리케이션(앱)이다. 이 앱은 임직원의 아이디어와 삼성전자의 지원이 합쳐져 탄생했다. 삼성전자는 2012년부터 창의적인 조직문화를 확산하고 임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 사내벤처 육성프로그램 C랩을 시행해왔다. 릴루미노는 지낸해 5월 C랩 과제로 선정된 후 각종 테스트를 거쳐 20일 본격 출시됐다.

조 CL은 "빛과 명암을 구분 못 하는 전맹이 전체 시각장애인의 14%이고, 나머지 86%는 빛과 명암을 구분한다"며 "잔존 시력이 남아있다면, 잔존 시력을 활용해 그분들이 잘 볼 수 있는 뭔가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릴루미노는 대개 1000만원이 넘는 고가의 시각보조기기와 달리, 삼성 스마트폰 후면 카메라와 10만원 대의 VR 기기만 있으면 된다. VR에 장착된 스마트폰 후면 카메라를 통해 보이는 영상을 변환하고, 인식하기 쉬운 형태로 바꿔준다.

릴루미노의 윤곽선 강조, 색 밝기·대비 조정, 색 반전, 화면색상필터 기능은 백내장, 각막혼탁 등의 질환으로 시야가 뿌옇고 빛 번짐이 있거나, 굴절장애와 고도근시를 겪는 시각장애인이 더욱 뚜렷하게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더불어 섬 모양으로 일부 시야가 결손된 '암점'과 시야가 줄어든 '터널시야'를 가진 시각장애인을 위해 이미지 재배치 기능도 제공한다. 시각장애인은 자신의 상태에 맞게 원하는 기능을 선택할 수 있다.

조 CL은 "C랩 과제로 선정된 후 수많은 시각장애인들을 만나 직접 테스트를 하고, 개선할 부분들을 찾아나갔다"며 "특히 한빛맹학교에서 필드테스트를 진행하며, 이 솔루션이 저시력 학생들에게 어떻게 적용될지에 관해 알 수 있었다"고 전했다.

또 그는 "프로토콜 분석 업무를 하던 저는 아이디어도 있었고, 구현 방법도 알고 있었지만 막상 실현 창구가 없었다"며 "C랩이라는 제도를 통해 아이디어를 하나의 제품으로 만들 기회가 생겼던 지난 1년은 삼성에서 근무하는 동안의 터닝포인트가 됐다"고 강조했다.
 

김찬홍 한빛맹학교 교사가 '릴루미노'를 사용한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제공]


조 CL이 만난 시각장애인 중 김찬홍 한빛맹학교 교사는 특별한 인물이다. 조 CL이 앱을 테스트하기 위해 무작정 찾아갔을 때 김 교사는 선뜻 도움을 줬다.

김 교사는 "저 역시 시각장애 2급이고, 이는 저의 문제이자 학생들의 문제라 협업하게 됐다"며 "그간 보조공학기기를 제안하는 업체는 많았지만 시각장애인의 의사를 반영하는 솔루션은 거의 없는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언급했다.

그는 "시각장애인들의 시각적 컨디션은 개인에 따라 다양한데, 릴루미노는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단 점이 인상적"이라며 "C랩에서도 지속적으로 제품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있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사는 "VR 장치는 시각장애인이 전혀 사용할 수 없는 기기라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릴루미노가 탑재된 VR을 보니 400만원이 넘는 고가의 확대독서기로 보는 것 만큼이나 잘 보여 책을 보고, 사물도 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삼성은 향후 릴루미노의 대한 지원을 지속해 현재 릴루미노보다 가볍고, 착용감이 뛰어난 안경 형태의 시각보조기구를 만들 계획이다.

이재일 삼성전자 창의개발센터 상무는 "C랩 과제는 원칙적으로 1년 후 종료되는데, 릴루미노는 이례적으로 1년 더 후속 과제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착용형 안경 타입을 개발해 나갈 것이며, 회사 차원에서도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릴루미노 팀은 올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MWC에 참가해, 기어 VR로 장애인들에게 도움을 주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점과 다른 시각보조기기에 비해 접근성이 높다는 점에서 큰 호평을 받기도 했다. 릴루미노는 오큘러스 스토어에서 기어 VR과 호환되는 갤럭시S7 이후 스마트폰에 무료로 다운로드 받아, 기어 VR에서 작동시키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