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정부' 코드맞춘 은행들, "구조조정보다 인력 재배치"

2017-08-16 19:00
케이뱅크ㆍ카카오뱅크 돌풍 여파
디지털 인력 육성ㆍ조직 정비나서
많은 채용에 인력감축도 불가피

국내 은행들이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인력 재배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 모습.[사진=남궁진웅 기자]


국내 은행들이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부흥하기 위해 기존의 구조조정보다 인력 재배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몸집을 줄이는 대신 임직원들에게 최대한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다. 

16일 은행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이 효율적인 점포 운영을 위해 인력 재배치 등을 고려 중이다. 아직 구체화된 내용은 없지만 김도진 기업은행장이 직접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전사적으로 시너지가 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며 "점포 상황과 개인의 역량 등을 두루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무리하게 점포를 줄이지는 않겠지만 비대면 서비스 비중이 커지는 분위기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동시에 임직원 개인이 경쟁력을 갖고 더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주는 것이 동반성장을 실현하는 길이란 판단이다.

이는 은행권의 공통된 고민이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지난 4월 윤종규 회장이 '디지털화에 대응'을 강조하면서 조직 재정비, 인력 재교육의 필요성을 밝힌 바 있다.

여기에는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이 돌풍을 일으킨 영향이 크다. 윤 행장은 당시 "디지털 시대에 맞춰 필요한 직원을 기르고 본부 조직도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초 2800여명 희망퇴직을 단행한 국민은행은 이후 디지털전략팀을 신설하고 'KB디지털 ACE 아카데미'를 실시하는 등 내부적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조직 재편과 인력 재배치는 앞으로 계속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신한은행도 올 하반기 총 7개의 디지털그룹과 랩(LAB) 조직을 신설하는 등 대열을 가다듬고 있다. 현장 인력을 보강하고 임직원 교육을 강화해 무한경쟁에서의 리딩뱅크를 추구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럼에도 은행권 내 구조조정 바람은 계속 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은행들이 올 하반기 예년보다 많은 신입행원 채용을 예고하면서, 자연스럽게 연말이나 내년 초에는 인력을 감축할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 올해 은행권 채용 인원은 지난해보다 총 200명 이상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 정책 기조 등에 따라 채용 인원 규모를 늘린 만큼 반대급부도 있을 것"이라며 "디지털화는 물론 대출 규제 등 은행의 수익성에 반하는 요인들도 간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