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앞으로 다가온 이재용 선고기일...재판부 '생중계' 고심

2017-08-15 16:2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결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1심 선고 기일을 열흘 앞둔 이재용 부회장 재판의 생중계 여부를 두고 재판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오는 25일로 예정된 이 부회장 및 삼성그룹 전직 임원들의 선고를 앞두고 생중계 여부를 검토 중이다.

방송사별로 원하는 중계 규모와 범위 등을 확인하고, 재판부의 판결 장면만 촬영할지, 피고인석과 방청석 등 법정 전체를 촬영할지 등의 세부적 사항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은 지난달 25일 대법관 회의에서 재판장의 허가가 있으면 1, 2심 재판이라도 선고 과정을 TV 등을 통해 생중계할 수 있도록 '법정 방청 및 촬영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의결한 바 있다.

규칙 개정을 하며 대법원은 그 조건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해 상당하다고 재판부가 인정하는 경우'를 꼽았다.

그러나 이를 두고 찬반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찬성 측은 이 부회장의 재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사안인 만큼 국민적 관심이 커 생중계가 필요하단 입장이다. 또 향후 박 전 대통령 재판에도 큰 영향을 주는 만큼 '국민의 알권리'라는 관점을 앞세우고 있다.

반면 반대하는 이들은 '생중계로 벌어질 부작용'을 우려했다. 선고 과정에서 피고인의 신원 및 혐의 등이 노출되는데 이를 생중계하는 것은 인권침해 소지가 있고, 헌법이 보장한 무죄 추정의 원칙이 침해된다는 주장이다. 또 하급심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상급심에서 판결이 뒤집힐 경우, 시청자들은 1심 판결이 확정판결인 것처럼 기억할 것이라는 문제도 제기됐다.

재계는 TV 생중계가 재판부의 공정한 판단을 저해하고, '여론재판'으로 흘러갈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반기업·반재벌 사회 분위기가 만연한 상태에서 TV 생중계를 할 경우 재판부가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재판 초기부터 '세기의 재판'이라고 하는 등 국민의 관심을 등에 업고 재판을 이끌어왔다"며 "법정에 카메라를 두고 전국에 생중계되면 판사도 여론을 전혀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선고까지 열흘도 남지 않아 재판부가 생중계를 결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 부회장의 재판에서 방청객들이 소란을 일으키는 등 충돌이 잦았는데, 생중계할 경우 이에 대한 대응책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7일 이 부회장의 최후진술 당시 한 여성 방청객은 "힘내세요"를 외쳤다가 퇴정당하기도 했고, 또 다른 50대 여성 김모 씨는 특검에게 물병을 던지고 욕설을 퍼붓는 등의 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선고까지 수많은 쟁점을 검토해야 하는 재판부가 방청객들의 돌발 행동 및 첫 생중계를 위한 관련 대책까지 마련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 변호사는 "법원이 재판을 생중계할 경우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킬 수 있겠지만, 판사 입장에서도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 될 것"이라며 "국민의 법감정과 법리적인 판단에는 간극이 있기 마련인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재판부가 선고 공판 장소를 417호 대법정으로 정한 것을 두고 '생중계를 염두에 두고 방송 장비가 들어갈 수 있는 법정을 쓰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이에 대해 중앙지법 관계자는 "결심 공판 당시 많은 취재진과 인파가 모여 불편을 겪었던 점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해 대법정에서 열기로 했을 뿐 생중계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