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텃밭, 러스트벨트 對韓수출 급증…한미FTA 최대 혜택" 역공
2017-08-13 18:19
정부, 재협상 두고 '호혜성' 강조…美 USTR에 의견서 제출
이와 함께 한·미 FTA 발효 이후, 우리나라의 대(對) 미국 수출이 많이 증가했지만 이를 FTA 효과로 단정할 수 없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한국의 반격에 힘을 실어주는 형국이다. ◆정부, 미 USTR에 의견서 제출··· "FTA 이후 40개주에서 對한국 수출 늘어"
우리 정부는 지난달 31일 한·미 FTA에 대한 입장을 담은 주미대사관 명의의 서한을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제출했다.
의견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우리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러스트벨트를 공략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정부는 "한·미 FTA 5년 전(2007~2011년)과 5년 후(2012~2016년)를 비교하면 50개 주 중 40개 주의 대(對) 한국 수출이 증가한 것은 놀랄 만하다"면서 "오하이오, 미시시피와 인디애나 등 14개 주에서는 한국으로의 수출이 5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 "한·미 FTA 발효 5년 동안 50개 주의 대 한국 수출이 연평균 19% 증가한 것에 비해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인디애나, 미시간, 일리노이, 위스콘신, 웨스트버지니아 등 러스트벨트 주의 수출이 연평균 45% 증가한 점이 주목할 만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그 결과 23개 주의 대 한국 수출이 2016년 5억 달러를 돌파했고 일리노이, 펜실베이니아, 캘리포니아 등 8개 주의 수출은 10억 달러 이상에 달했다"고 분석했다.
우리 정부가 이처럼 미국 각 주의 한·미 FTA 수혜를 강조한 이유는 미국에서 주 정부의 영향력이 상당하며 주마다 FTA에 대한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통상 전문가는 "미국은 주마다 주력 산업이 달라 자유무역에 대한 입장도 다를 수밖에 없다"며 "한·미 FTA가 각 주에 어떤 경제적 효과를 가져왔는지를 부각하는 게 효과적인 공략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의견서에서 미국의 대 한국 무역적자가 자동차와 철강, 반도체와 휴대전화 등 일부 제품에 집중됐으며, 이들 제품의 무역적자와 한·미 FTA의 상관관계가 크지 않다는 점을 입증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또 한·미·FTA가 양국 동맹을 강화하는 데 많이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美철강협회 주장에도 정면 반박··· 한국 "불법 보조금 제공한 적 없어"
13일 미국 연방 관보사이트에 따르면, 미국철강협회(AISI)는 지난달 31일 한·미 FTA를 포함한 무역협정이 미국 철강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의견서를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제출했다.
AISI는 의견서에서 "다량의 한국산 철강 제품은 한국 정부의 철강산업에 대한 보조금 혜택을 보고 있으며, 미국 시장에 원가 이하 가격에 덤핑되고 있다"며 "예를 들어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는 한국에서 전기 발전과 송·배전, 판매와 관련된 모든 부분을 통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 상무부는 한국 정부가 철강업체에 보조금을 주고 있다고 판단했고, 한전 경영진도 한국 정부가 특정 산업을 경제 성장동력으로 만들기 위해 값싼 전력으로 지원한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철강업체는 그동안 국내 업체를 제소할 때 가정용보다 낮은 산업용 전기요금이 보조금이라는 주장을 거듭해 왔다.
우리 정부는 주미 대사관 명의로 USTR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이런 주장에 반박했다.
정부는 "일부 미국 업체는 한국 철강업체가 보조금을 받는다고 주장하지만, 그런 주장은 맞지 않는다"면서 "한국 정부는 불법 보조금을 제공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우리 철강 제품이 이미 2004년부터 무관세로 수출되고 있었기 때문에 미국의 철강 무역적자는 FTA와 상관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으로 수출하는 한국산 철강의 약 81%에 이미 반덤핑 및 상계관세가 부과되고 있으며, 한국산 철강은 미국 전체 철강 소비의 약 3%만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연구원 "한·미 FTA와 대미 수출 상관관계 크지 않아"
한·미 FTA 발효 이후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이 많이 증가했지만, 이를 FTA 효과로 단정할 수 없다는 연구결과도 한국의 반격에 힘을 더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13일 '한·미 FTA 제조업 수출효과 재조명' 보고서에서 "수출에 영향을 주는 다른 여러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FTA 발효 이후 무역의 증가를 단순히 FTA의 효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88억 달러에서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에는 716억 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우리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한 업종은 FTA로 인한 관세인하 폭이 크지 않았고, 같은 기간 미국이 모든 국가로부터 수입한 액수가 늘어나는 등 다른 원인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실제 우리 자동차산업의 대미 수출은 FTA 발효 이후 92억 달러 증가하면서 제조업 전체 수출 증가분인 179억 달러의 절반을 상회했으나 미국이 전 세계 국가로부터 수입한 자동차산업 수입액도 FTA 발효 이전 1828억 달러에서 이후 2619억 달러로 증가하는 등 우리나라의 자동차 수출만 증가한 게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는 2015년까지 유지되다가 2016년에 철폐됐는데 2016년의 자동차 수출 실적은 2015년에 미치지 못했다.
철강이나 기타 제조업의 경우에도 FTA 이전의 관세율이 0%대로 이미 낮은 상황이어서 관세인하와 수출증가가 큰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미국이 문제 삼는 대 한국 무역적자가 FTA 발효 이후 제조업의 수출증가에 기인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FTA의 관세 인하가 우리 제조업의 수출을 견인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