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상하기로 하면서 국내 10대 상장기업들이 최소 1조700억원의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금융투자업계와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내년 법인세율 인상으로 국내 전체 상장사들은 1조8000억원의 세를 더 부담하게 될 전망이다.

지난달 정부는 세법개정안을 발표하고 법인세 과표 200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인상하기로 했다.

현행 법인세 과표구간은 △0~2억원 미만(10%) △2억~200억원 미만(20%) △200억원 초과(22%) 등 세 단계로 구분된다.
기획재정부는 최고 세율 구간 신설만 고려하면 법인세가 2조3000억~2조80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실적 기준으로 새 법인세 과표구간 25% 적용 시 국내 전체 상장사는 1조8000억원의 세를 더 부담하게 된다. 전체 증세분의 80%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 중 시총 상위 상장사 10곳이 전체 증세분의 60%가량을 부담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2016년 실적 기준으로 삼성전자는 7700억원의 법인세를 더 부담하게 된다.

SK하이닉스와 현대차도 각각 3449억원, 1239억원을 추가로 더 내야 한다. 한국전력(982억원)을 비롯해 포스코(1775억원), 네이버(213억원), 신한지주(381억원), 삼성물산(126억원), 현대모비스(620억원), LG화학(769억원) 등도 부담이 커졌다.

이들 상위 10개 상장사들의 증세금액은 총 1조676억원으로 추산됐다. 기아차(499억원), 롯데케미칼(573억원),S-Oil (367억원) 등도 부담이 적지 않다.

올해 예상실적을 기준으로 새 법인세 과표구간 25%를 적용하면 전체 상장기업의 예상 증세 규모는 2조6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보다 이익이 늘어나면서 법인세 비용을 추가로 더 내야 했다.

그러나 투자를 위축시킬 만큼 부담스런 수준은 아니란 의견이다. 정재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법인세 증세가 일부 대기업에 한정돼 있고 이들 기업은 조세 부담 능력이 있기 때문에 부정적인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코스피 상장사의 현금흐름과 재무건전성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에 이번 증세 규모가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또 정 연구원은 법인세율이 22%에서 25%로 인상되면 주당순이익(EPS)은 3.8% 감소하고, 주가수익비율(PER)은 4.0% 상승할 것으로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