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결심공판...자리다툼에 몸싸움까지 벌어져

2017-08-07 14:3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결심 공판일인 7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시민들이 선착순으로 주어지는 방청권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김지윤 기자]


7일 오후 2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및 삼성 전직 임원들에 대한 결심공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법 311호 법정. 일반 좌석이 32석으로 대법정의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는 중법정이다.

특히 방청권을 추첨 배부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과는 달리, 이 부회장 재판 방청객은 선착순으로 입장했다. 이로 인해 재판 시작 31시간 전부터 방청객들의 치열한 줄서기 경쟁이 펼쳐졌다.

방청객들은 법원 중앙출입구 앞에 신문지를 깔고 잠을 청하는가 하면, 함께 온 일행과 번갈아 화장실을 다녀오거나 식사를 하는 등 자리를 사수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다.

한 방청객은 "어젯밤부터 10분 간격으로 크고 작은 다툼이 벌어졌다"며 "공판이 마지막에 다다른 만큼 다들 예민해 보인다"고 전했다. 60대 여성도 "오늘은 잠시만 자리를 비워도 내 자리가 없어질 것 같다"며 "어제부터 재판을 보려고 줄을 섰는데 몇 시간 더 기다리는 건 문제가 안 된다"고 했다.

지난 3월 9일 첫 공판준비기일을 시작으로 약 5개월간 이어온 삼성 재판이 종착역에 다다르면서 방청객들의 방청 열기도 최고조에 이른 것이다.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회원과 기자, 삼성 해고 노동자, 대기업 관계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모인 탓에 크고 작은 충돌도 이어졌다.

박 전 대통령의 재판 방청권 추첨에서 떨어진 ‘박사모’ 회원들 일부는 이 부회장 재판을 보기 위해 줄을 섰다. 한 50대 여성은 “죄 없는 대통령과 이 부회장을 왜 끌어내리려는지 모르겠다”며 “가난이 얼마나 무서운 건지 젊은 사람들이 몰라서 그렇지 우리나라가 이 정도로 발전된 게 누구 덕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취재를 하려는 기자들과 일부 방청객들 사이에서도 몸싸움이 벌어졌다. 카메라 기자들이 길게 늘어선 방청객들의 사진을 찍으려고 하자 ‘박사모’ 회원을 비롯한 일부 방청객들이 반발하며 찍은 사진을 삭제하라고 거세게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욕설과 폭력이 오갔다. 어깨를 부딪치거나 밀치는 등의 사태가 반복됐다. 일부 방청객들은 기자를 폭행하면서 지구대 경찰까지 출동했고 결국 인근 파출소로 연행됐다.

세월호 리본을 달고 있던 한 방청객은 ‘박사모’ 회원들이 “노란색은 참외도 싫다”고 하자 직접 경찰에 전화를 걸어 신고하기도 했다.

대기업 관계자들의 모습도 보였다. 한 재계 관계자는 "특검이 구형할 수 있는 최대 형량을 구형했다"며 "다만 핵심 증거가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에 재판부의 1심 선고에서는 결과가 달라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1심 선고는 오는 25일 오후 2시 30분으로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