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산관리 시장 경쟁 본격화… 부실 우려도 커져

2017-08-03 11:01

[표=하나금융경영연구소 제공]


중국 자산관리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부유층 급증과 고령화로 자산관리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오는 2020년 중국 자산관리 시장이 174조 위안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따라 기존 대형 금융사를 비롯해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적극적으로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모양새다. 다만 부실 가능성도 덩달아 커지고 있어 우려를 낳는다.

◆ 中 자산관리 시장, 금융사·스타트업 경쟁 본격화

3일 안혜영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이 발간한 '中 자산관리 시장, 금융사와 스타트업의 경쟁 본격화'에 따르면 중국 자산관리 시장에서 기존 금융사와 스타트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 중국 자산관리 시장은 인민은행의 거시건전성평가(MPA) 강화로 그동안 시장을 주도했던 대형 금융사가 주춤하다. 이런 가운데 스타트업들의 진입이 이어지면서 시장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중국 자산관리 시장은 가계 자산 증가, 기관 자금 유입 확대 등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자산관리 시장 규모는 113조 위안으로 전년 대비 21%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의 자산관리 시장 규모가 5% 늘어나는 데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하지만 중국의 자산관리 시장은 불완전판매, 부적절한 커미션 구조 등으로 여전히 낙후돼 있는 실정이다. 다만 최근 기존 자산관리 시장에 대한 규제 강화와 스타트업의 경쟁 심화는 긍정적인 변화를 촉발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핀테크 스타트업의 경우 기존 금융사와 비교해 높은 금리가 제공하는 한편 중국 전자결제 및 인터넷 금융이 보편화되면서 시장 내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

실제 알리바바그룹이 출시한 머니마켓펀드(MMF) 위어바오는 올해 1분기 기준 총 운용자산 규모가 1656억 달러로 JP모건을 제치고 세계 최대 MMF로 부상했다. 위어바오는 알리페이의 전자결제 이용을 위해 고객들이 충전해 놓은 여유자금을 투자할 수 있도록 한 상품으로 연 3.93%의 이자를 지급한다.

중국 P2P(개인대 개인) 대출업체들은 핀테크 기술을 확용해 자산관리 회사로 전환하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루진숴(Lufax), 크레디트이즈(CreditEase) 등 P2P 대출업체들은 자산관리 회사로 전환하며 보유한 기술을 활용해 패시브 투자 위주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기존 대형 금융사들은 해외 진출을 추진하면서 글로벌 자산관리 회사와 제휴를 확대하고 있다. 중국국제금융공사(CICC)는 지난달 중국 본토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하는 미국 크레인 펀드 어드바이저스의 지분 50.1%를 인수했다.

안혜영 수석연구원은 "고성장 중인 중국 자산관리 시장 내 전략적인 진출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또 중국 등 글로벌 자산관리 시장의 전략 변화를 주시하며 디지털을 기반으로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 자산관리 상품 부실 가능성… 금융위기 우려

하지만 일각에서는 중국에서 자산관리 상품 판매가 빠르게 확대되면서 금융위기 발생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광상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원은 '중국의 자산관리상품 판매 급증과 금융위기 발생 우려' 보고서에서 "중국의 그림자금융이 자산관리 상품을 중심으로 계속 팽창하고 있는데 중국 경제 성장 지속과 정부의 공적보장 개입 등 낙관적인 기대에 따른 것"이라며 "향후 낙관론 약화로 고객 이탈이 발생할 경우 실물 경제와 금융시스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자산관리 상품은 손실이 발생해도 원칙적으로 은행의 손실 부담 책임은 없다. 하지만 중국 은행들은 암묵적으로 중산층과 부유층 고객을 대상으로 10~20% 수익을 보장하면서 자산관리 상품을 경쟁적으로 판매해 왔다.

중국인들은 중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금융위기가 발생해도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 정부가 공적 보장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에 자산관리 상품을 매입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중국 경제 성장이 급격하게 둔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위기가 발생했을 때 정부가 공적 보장에 나서질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광상 연구원은 "자산관리 시장이 붕괴되는 경우 대규모 환매 사태 발생과 신규 자금 확보의 어려움 등으로 중산층과 부유층 고객이 막대한 손실을 입고 지방정부와 기업, 은행들이 부실이나 파산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상황이 이렇자 중국 금융당국도 자산관리 상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계획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타오링 인민은행 금융안정국 부국장은 "중국에서 판매가 급증하고 있는 자산관리 상품과 관련해 업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