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2020년 세계 7대 의료기기 강국 진입 디딤돌 역할”

2017-08-05 06:00
​홍순욱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상근부회장
"中시장 성장 가능성 높고 기술은 낙후
사드 보복·자국 기업 살리기로 어려움
열악한 환경에도 작년 수출 34% 증가"

“사드 배치 문제가 불거졌던 초기에는 우리 의료기기산업협회 기업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상당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다소 수그러든 느낌입니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이하 협회)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홍순욱 상근부회장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로 인한 기업들의 피해를 이렇게 담담하게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기업들에게 중국 진출을 권유하기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중국에 대한 불편한 속내를 털어놨다.
 

홍순욱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지난 1일 아주차이나와의 인터뷰에서 "신성장기에 들어선 중국 의료기기 시장은 잠재력이 큰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사진=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제공]



지난 1일 오전 강남 테헤란로에 위치한 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홍 부회장은 중국의료기기 시장의 흐름을 꿰차고 있는 베테랑답게 이야기를 술술 풀어나갔다. 협회는 대한민국의 의료기기 환경 개선 및 조성에 산파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기관이다. 의료기기를 제조, 수입, 판매하는 900여개의 기업이 회원사로 등록돼 있다.

“자국 기업들의 기술력이 좋아지니까 이제 본격적으로 자국 기업 살리기에 나선 것 같습니다. 한국 입장에서 보면 사드를 빌미로 대륙에 불고 있는 한류 열풍에 타격을 줌으로써 다른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기 위한 첫 단추를 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일거양득인 셈이죠.”

홍 부회장은 “지금의 한국 기업에 대한 제재가 일시적이 아닌 장기적인 계획과 큰 그림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피력했다. 사드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더라도 예전의 좋은 관계로 회복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그는 “중국 의료기기 시장은 신성장 시기에 접어들었으며 잠재력이 큰 시장”이라면서도 “중국의료기기협회(CAMDI) 자료에 따르면 중국 의료기기 산업은 선진국에 비해 10년 정도의 기술격차를 보이고 있다”며 중국 의료기기 시장을 높은 성장 가능성과 기술의 낙후성으로 대별해서 평가했다.

“중국 정부가 의료기기 시장의 기술혁신을 강화하고 의료기기 산업 고도화 추진, 스마트시티 클러스터 조성을 통한 의료기기 시장 성장을 도모하는 것도 낙후된 의료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거시적인 전략”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홍 부회장은 “중국 장쑤(江蘇)성 타이저우(泰州)시에 위치한 중국의약단지(CMC)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협회 차원의 중국 진출 가능성 타진 노력을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서 그는 “중국 당국의 의료기기 허가 시 처리기간 지연과 이로 인한 비용 증가 부담, 5년마다 갱신해야 하는 등록허가서(품목허가증)의 복잡한 갱신 절차로 인한 장기간 소요 및 비용 발생, 현장 검사제도로 인한 수입 통관 절차 지연 등으로 인해 기업들이 중국 진출에 애를 먹고 있다”고 애로사항을 토로했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도 한국 기업들의 중국 수출 실적은 양호한 것으로 분석됐다. 홍 부회장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대한민국 의료기기 제조업체 2943개 중에서 중국으로 수출하고 있는 업체수는 365개이며, 중국 수출액은 4억5000만 달러로 전년 3억3000만 달러에 비해 34%의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협회는 지난해 한중 FTA(자유무역협장)와 관련해서 비관세장벽 애로사항을 정부에 건의하는 등 업계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막힌 곳을 뚫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정(正)’자를 가슴에 새기고 있다는 홍 부장. “대한민국이 2020년 세계 7대 의료기기 강국으로 진입하는데 협회가 디딤돌이 되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히는 그의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에서 우리나라 의료기기 산업의 희망이 보이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