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공여' 이재용 재판 막바지...박상진·황성수 피고인 신문

2017-07-31 17:36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뇌물 공여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이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피고인 신문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31일 이 부회장 및 삼성 전직 임원들에 대한 48차 공판에서 황성수 삼성전자 전 전무, 박상진 삼성전자 전 사장에 대한 피고인 신문을 진행했다.

박 전 사장과 황 전 전무는 대한승마협회 회장과 부회장을 지낸 인물로,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 승마지원 의혹에 연루된 인물들이다. 박영수 특별검사 측은 이들이 이 부회장의 지시를 받고 정씨를 지원했다고 보고 있다. 대한승마협회 회장사인 삼성이 최씨의 영향력을 인지하고, 경영권 승계 등을 대가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합의하고 정씨를 지원했다는 주장이다.

이날 공판에서 특검측은 황 전 전무에게 승마 지원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해 집중적으로 물었다. 황 전 전무는 삼성의 지원이 정씨를 위한 '단독지원'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초기 의도와는 달리 지원과정에서 최씨의 강압으로 사업이 변질됐다고 진술했다.

황 전 전무는 대한빙상연맹 부회장직을 수행하다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2차 독대가 진행된 후 승마협회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당시 승마협회 회장이던 박 사장의 지시로 7월 31일 독일로 출국해 최씨의 측근인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를 만났다.

황 전 전무는 당시 박 사장에게서 "박원오 뒤에 최순실이라는 실세가 있으니 박원오가 추진하는 프로젝트를 안 할 수는 없다"며 "가서 자세히 설명을 듣고 오라"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박 전 전무가 2015년 8월 1일 정씨의 승마지원을 요구했냐는 특검측의 물음에 황 전 전무는 "정씨 지원이 아니고 올림픽 승마 전지훈련에 대해 얘기했다"며 "정씨가 금메달 리스트인데 삼성이 직접 후원하든 승마협회를 통해 지원하든 당연히 뽑힐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말 구입 대행 수수료 등에서도 최씨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수용하지 않았다"며 "최초 최씨가 요구한 것은 300억원이 넘었지만, 최종은 217억원쯤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정씨를 지원한 이유에 대해서는 "문화체육관광부를 포함한 승마협회 직원들이 나쁜 일을 당하는 것을 보고, 최씨를 거스르게 되면 회사에 나쁜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염려가 있었다"라는 취지의 진술하기도 했다.

또 황 전 전무는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이 코어스포츠라는 신생 회사와 계약을 체결한 이유를 묻는 특검에 "신생이든 100년 된 회사든 무관하다"며 "전문 인력들이 있어 의심을 안했고, 협상 과정에서 코어스포츠가 최씨 회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삼성측이 최씨에게 사준 말의 이름을 살시도에서 살바토르로 바꾼 경위에 대해서도 "최씨가 먼저 요구한 것"이라며 "단순히 최씨가 이름 바꾸는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의문을 갖지 않았다"고 답했다.

황 전 전무는 지난해 9월 정씨가 타던 비타나V와 살시도를 블라디미르와 스타샤로 바꾼 것도 삼성측은 반대했지만, 최 씨가 삼성 몰래 말을 교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 전 전무는 부회장 직을 맡은 후 올림픽 대비를 위한 승마지원을 시작했고, 6명에 대한 지원을 계획했다가 최씨의 방해로 무산된 것이지 처음부터 정씨를 단독지원하려고 했다는 것은 아니라고 호소했다.

이날 오전 재판은 특검 측의 준비 부족으로 25분 만에 휴정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특검이 "황 전 전무에 대한 피고인 신문 준비가 덜 되어 박 전 사장에 대한 피고인 신문을 먼저 하겠다"고 요청했으나, 삼성 측 변호인단이 "예정된 순서대로 하겠다"며 거부했기 때문이다.

1일 열리는 49차 공판에선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 실장, 장충기 전 차장의 피고인 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 부회장이 자신의 혐의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재판부는 2일 박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소환한 상태다. 만약 박 전 대통령이 불출석할 경우 피고인 신문을 여유있게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3, 4일에는 특검과 변호인단이 주요 쟁점을 두고 공방을 벌인다. 모든 절차가 마무리되면 재판부는 오는 7일 결심 공판을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