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취약계층에 기회를"...고소득 중심의 금융체계 개편
2017-07-26 15:09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금융정책 밑그림이 그려졌다. 금융 본연의 기능에 집중해 생산성을 높이고, 소외계층에 대한 금융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금융위가 중점을 둬야 할 기본적인 책무는 가계부채와 같이 시장에 큰 위험을 줄 수 있는 것들에 대한 관리와 금융산업을 건전하게 육성·발전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 신정부 출범 초기에는 시장불안을 극복하는 데 급급, 정작 필요한 개혁과제는 수행하지 못한 면이 있었다. 김대중 정부 땐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를 수습해야 했고, 참여정부 때는 카드대란, 이명박 정부 때는 글로벌 금융위기 등이 있었다.
◆ "영업행태 문제 있다"...은행의 손쉬운 영업에 제동
최 위원장은 우선 은행의 영업행태부터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가계대출, 부동산 금융 등으로 자금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위험에 대한 선별 기능을 키우기보단 가계대출 위주로 손쉽게 영업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비판했다.
쉬운 영업으로 인해 은행 간 차별점도 사라졌다는 판단이다. 그는 "과거엔 특수은행이던 국민은행만 중소기업과 개인에 대한 대출 위주로 영업을 했다"며 "현재 모든 은행이 국민은행화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최 위원장은 은행들의 이익이 과도한 수준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상반기 은행들의 순이익을 보면 상당 부분은 충당금 환입에 요인이 있다"며 "은행들이 돈을 많이 버는 게 나쁜 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선진국과 비교할 때 국내 시중은행의 총자산수익률(ROA)·자기자본순이익률(ROE) 등이 낮은 편이기 때문이다.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수수료 비중 역시 국내 은행은 10~11%로 선진국의 20~30%에 못 미친다.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강화도 시사했다. 우리나라는 위험가중치를 15%로 잡았지만 호주는 25%로 더 높다. 그는 "적정 수준에 대한 검토에 들어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 같은 당국의 규제를 관치로 해석하는 것에 대해선 경계했다. 최 위원장은 "금융시스템이나 은행 영업활동을 시장에만 맡기면 안된다"며 "현재의 금융시스템은 그대로 두면 과도한 부채를 양산하는 쪽으로 흘러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금융의 역할도 강화한다. 그는 "예를 들어 어떤 규제 완화를 통해 좋은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고, 혁신기업에 대한 자본 공급이 가능할지 등을 보겠다"고 말했다.
◆ 저소득·저신용자에 대한 포용적 금융 확대
지금까지 금융은 고소득·고신용자에게 기회가 집중됐다. 저소득·저신용자는 고금리 대출에 내몰리기 십상이었다. 최 위원장은 "금융회사로부터 소외된 계층까지 금융의 울타리 안에서 같이 성장할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 일환으로 법정 최고금리를 현행 27.9%에서 24%까지 인하한다. 시행령을 통해 빠르면 내년 1월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대출을 독려하는 대출모집인에 대한 규제도 강화된다. 최 위원장은 "보험상품은 푸쉬상품이라고 해서 보험모집인·보험설계사 등의 활동이 활발할 수밖에 없는 분야"라며 "대출은 보험상품과 성격이 다른데 모집인이 필요한가 의문"이라고 밝혔다.
서민들을 괴롭히는 장기연체채권에 대한 과감한 정리도 예고했다.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한 10년 이상된 1000만원 이하의 채권을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에 정리할 방침이다. 40만개가 조금 넘는 규모다.
최 위원장은 "여러번 매각되는 채권일수록 추심 가능성이 줄어드는데 추심활동은 가혹해지는 경향이 있다"며 "채권이 계속 돌아다니지 않도록 매입할 수 있는 만큼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