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에 칼 뽑아든 최종구호, 80조 넘는 장기 연체채권 신속히 정리되나
2017-07-26 11:21
최종구호가 닻을 올렸다. 새 깃발의 푯대는 '포용적 금융'이다. 금융 소외계층 지원이 골자다.
가장 먼저 칼이 향한 곳은 장기 연체채권이다. 그동안 금융권은 물론이고 금융 공공기관에서도 채무자가 빚을 갚아나갈 능력이 없는 데도 채권 소멸시효를 지속 연장해 채무자들의 경제적·사회적 재기를 막는다는 비판이 이어져왔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공공기관을 비롯해서 금융권, 대부업체 등이 보유한 장기 소액 연체 채권 중 상환 가능성이 없는 채권을 신속히 정리해서 채무자들이 빚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6일 서울 정부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장기연체채권 정리방안을 마련해 장기 연체자의 신속한 경제활동 복귀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최 위원장은 취임 뒤 처음으로 열린 간부회의에서 "소멸시효 완성 채권 및 장기연체 채권 정리 문제는 8월에 가시적인 성과를 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7월말에서 8월초 안으로 공공부문은 물론, 민간부문까지 소멸시효완성 채권을 신속하게 정리하기로 했다.
또 8월 중으로 국민행복기금, 금융공공기관, 대부업체 등이 보유한 장기소액연체채권에 대해 상환능력 평가를 전제로, 신속한 채무자 재기 지원 방안을 마련한다.
이렇듯 최 위원장이 장기연체 채권에 대한 칼을 뽑아든 것은 채무자들이 빚의 굴레로 인해서 길게는 수 십년간 사회 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 재기마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서민 위한 저축은행, 농·신협?…이자가 원금 웃도는 특수채권 상당수)
금융사들은 장기간 연체돼 상환 가능성이 없는 채권을 장부상에서 삭제해 특수채권으로 관리한다. 특수채권은 민법상 소멸시효 기간인 5년이 지나면 빚을 갚아야 할 권리인 법적 상환 의무가 사라진다.
문제는 금융사들이 소송 등을 통해서 소멸시효 기간을 연장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장애인, 노인, 기초수급자 등 빚을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 이들이 평생 채무 부담을 지고 살아야 한다.
제윤경 의원실에 따르면 금융 공공기관을 비롯해서 금융권이 보유한 특수채권은 올해 3월말 기준으로 80조원이 넘는다. 증권업과 대부업을 제외한 전체 금융사의 5년 이상 연체된 채권 규모는 총 20조1542억원이며 이 중 8조2085억원(40%)이 소멸시효가 1차 연장된 채권이다.
주금공, 신보, 예보, 캠코, 무역보험공사 등 금융공기관을 포함한 주요 공공기관 8곳의 특수채권 규모는 총 60조 8157억원으로 이 가운데 15년 이상 장기연체채권이 3분의 1가량인 21조 7604억원에 달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장기연체 채권을 지닌 채무자의 상환 능력을 꼼꼼하게 평가하지 않을 경우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