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위한 저축은행, 농·신협?…이자가 원금 웃도는 특수채권 상당수

2017-07-05 18:00

[사진제공=아이클릭아트 ]



윤주혜 기자 = 저축은행의 특수채권(장기연체 채권)이 총 1조3474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수채권이란 장기간 연체돼 상환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금융사들은 이러한 채권을 장부상에서 삭제해서 특수채권으로 관리한다.

문제는 금융사들이 특수채권의 소멸시효 기간을 소송 등을 통해 연장하기 때문에 이자가 원금보다 많아지는 역전현상이 발생한다. 채무자들은 재기가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통장 사용이 제한돼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다.

5일 제윤경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저축은행 전 업권의 특수채권은 총 1조3474억원이며 이 중 이자가 7844억원 가량으로 이자가 원금보다 많았다.

특수채권이 가장 많은 곳은 SBI저축은행으로 총 888억1900만원에 달했다. 이어 대아저축은행(725억9300만원), OK저축은행(627억2900만원) 등의 순이다.

상호금융에서는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서 농협이 2조5724억원, 신협이 1조7209억원 순으로 특수채권이 많았다.

특수채권은 민법상 금융채권의 소멸시효 기간(5년)이 지나면, 채권의 법적 상환의무가 사라진다. 그러나 일부 저축은행은 채권자에게 소액의 변제를 유도해 채권을 부활시키거나 직접 소송을 통해서 소멸시효를 연장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채권의 소멸시효를 25년 이상 늘린 저축은행도 6곳이나 됐다. 소멸시효가 3차 이상(25년 이상) 연체된 채권을 많이 보유한 곳은 우리저축은행(28억8700만원), 대아저축은행(15억3700만원), 동부저축은행(3억2400만원) 순이다.

이렇듯 소멸시효를 늘리는 이유 중 하나는 유동화나 대부업 회사에 채권을 팔 때 시효가 완성된 채권은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은 원금의 5~10%수준으로 팔지만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채권은 최소 50%정도의 가격은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렇듯 특수채권의 소멸시효를 연장할 경우 채무자들의 사회 생활이 쉽지 않은 점이다. 시민단체인 주빌리은행 관계자는 "해당 채권을 지닌 금융기관에서 지급정지 하거나 통장을 압류해 급여를 통장으로 받을 수가 없다"며 "기업에서 이들을 꺼릴 뿐만 아니라 퇴사를 종용하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말했다.

또한 시효가 연장될 수록 이자가 원금을 상회해 채무를 갚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저축은행 79개사 중 특수채권의 이자가 원금보다 많은 곳은 51개사에 달한다. 농협은 원금 대비 이자가 3319억원 가량 많다.

정치권에서 이러한 특수채권에 대해서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자 최근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특수채권을 소각하기도 했다.

BNK은행은 최근 70세 이상 고령자, 장애인, 기초생활 수급자 등 약 6200명(약 150억원)의 특수채권을 소각했다. KB국민, 신한, 우리, KEB하나 등 시중은행들도 올해 들어서 특수채권 1조6300억원 규모(대상자 14만명)의 채권을 소각했다. 특수채권은 이미 재무제표상 100% 손실처리가 됐기 때문에 별도 손실은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특수채권을 소각하는 것을 두고 부정적인 입장도 많다.

금융권 관계자는 "돈을 빌리면 갚아야 하나 특수채권 채무자들은 빚을 안 갚은 사람들이다"며 "일부 금융사는 차주가 사고로 갑자기 사망하거나 불치병에 걸릴 경우 채무를 면제해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제외하면 의도적으로 돈을 안 갚는 채무자들이 다수다"고 토로했다.

이어 "소각 방식으로 채무를 면제해주면 빚을 잘 갚는 채무자는 억울하다"며 "도덕적 해이 문제를 야기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