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구의 과학과 문화] 과학을 문화로 즐기기

2017-07-25 20:00

[최연구의 과학과 문화]

[사진=최연구]



과학을 문화로 즐기기

공부가 즐거운 사람은 별로 없다. 보통 공부는 즐거워서 하는 게 아니라 필요하고, 해야 하니까 한다. 가끔 수석 입학생들은 인터뷰에서 “공부가 즐겁고 제일 쉬웠어요”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그런 말을 하면 자칫 비호감으로 몰릴 수 있다. 공부도 그러할진대 “과학은 재미있으니까 과학을 즐기자”라고 하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항의할지도 모르겠다. 과학자나 연구자들은 과연 과학이 즐거울까. 과학자들 중에서는 어릴 때부터 과학을 좋아해서 결국 과학자가 된 사람도 적지 않다. 하지만 과학계가 아닌 곳에서 과학을 좋아하는 사람을 찾기란 결코 쉽지가 않다. 도대체 우리에게 과학은 무엇일까.
보통 사람들에게 과학이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는 ‘어렵고 전문적인 지식’일 것이다. 또한 과학자 하면 하얀 실험실 가운을 입고 두꺼운 안경을 낀 진지한 표정의 연구자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대다수 대중들은 여전히 과학이나 과학자와 친숙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조금만 관심을 갖고 주위를 둘러보면 우리는 온통 과학기술의 산물에 둘러싸여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 잠자리에 들 때까지 우리는 하루 종일 과학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늘 손에 쥐고 다니는 스마트폰, 매일 타고 다니는 버스나 지하철, 업무나 공부에 없어서는 안 될 컴퓨터와 인터넷에 이르기까지 과학 아닌 것이 별로 없을 정도다. ‘침대는 과학이다’라는 광고 카피도 우리 귀에 익숙하다. 이미 우리 삶 속 깊숙이 들어와 있는데도 왜 우리는 과학에 그다지 친근감을 느끼지 못하는 걸까.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재미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이 좋아하고 열광하는 것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재미’가 있다는 것이다. 영화, 드라마, 만화, 대중가요 등의 대중문화가 그러하고 연극, 뮤지컬, 게임, 스포츠 등 예·체능이 그러하다. 재미의 사전적 의미는 ‘아기자기하게 즐거운 기분이나 느낌’이다. 과학이 이런 느낌을 주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만약 재미가 있다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좋아하고 찾아서 즐긴다. 대중들이 스스로 과학을 좋아하고 즐기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인류의 발전사를 돌아보면 과학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문명 발전은 곧 과학기술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물질문명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지구는 태양을 중심으로 회전한다는 것, 조수간만의 차이는 지구 자전과 달의 인력 때문에 생긴다는 것, 우주는 138억년 전 빅뱅으로 탄생되었다는 것, 부모와 자식이 닮은 것은 DNA라는 유전물질 때문이라는 것 등 우주와 자연, 생명의 신비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이나 교양은 대부분 과학 덕분이다. 인간이 우주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었던 것도 과학의 힘이다. 이렇게 과학이 중요하고 필요한데도 대중들에게 과학은 여전히 어렵고 재미없는 학문으로 인식되는 것은 큰 문제다. 과학이 대중들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문제를 극복하려면 과학이 대중적이지 못한 이유를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산업화가 한창이던 시절에는 과학기술이 경제성장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도구였다. 정부는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과학 대중화’를 부르짖었다. 과학자들은 주부들을 대상으로 과학강연을 했고, 과학도서는 계몽서적으로 보급되기도 했다. 이런 노력은 대중들에게 과학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데는 기여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뛰어넘을 수 없는 한계를 노정했다. 어려운 과학을 대중화한다는 것은 애당초 가능하지 않았던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원리를 발견하고 호기심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질문하는 것이 과학이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과학의 역할은 점점 커질 것이고 미래에도 과학의 중요성은 작아지지 않을 것이다.
어렵지만 중요한 과학이 대중들에게 친숙해지기는 어렵겠지만 대중들로부터 멀어지지는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자면 과학이 문화가 돼야 한다. 문화는 재미있고 즐거움을 주는 것이다. 사람이 뭔가를 자발적으로, 그리고 적극적으로 할 때는 그것이 의미 있거나 아니면 재미있거나 둘 중 하나다. 가령 철학, 과학, 인문학 등은 의미 있고 대중문화나 게임, 스포츠는 재미있다. 의미도 있는데 재미마저 있다면 금상첨화겠으나 둘 다 갖춘 것을 찾기는 쉽지 않다. 재미는 과학이 대중과 친해지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어렵고 재미없는 것을 억지로 쉽고 흥미롭게 만들 수는 없다. 하지만 ‘재미’라는 요소를 접목할 수는 있다. 이론 중심의 교과서로 배우는 것보다는 만화책이나 웹툰으로 과학을 배우면 더 쉽고 재미있을 것이다. 과학을 연극이나 뮤지컬로 접한다면 더 친근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과학이론을 온라인 게임을 하면서 학습할 수 있다면 더 즐거울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과학에 재미를 더하는 방법을 문화예술에서 찾아보면 어떨까. 과학을 문화로 즐기는 사회야말로 진정한 과학 선진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