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증세론]"투명하고 구체적인 증세로 국민합의 이끌어야"

2017-07-23 18:26
전문가 제언 "3-4년 후엔 세재개편 해야할 듯"

[김효곤 기자]

문재인 정부의 첫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이 국회에서 통과되며, 증세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추경 통과로 문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에도 탄력을 받으며,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 이행에 필요한 178조원의 재정투자계획과 재원확보 방안을 세우는 데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정부는 지난 21일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대기업과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하는 과세구간을 신설해 세율을 인상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사업연도 소득 2000억원을 초과하는 초대기업에 대해 과표를 신설해 법인세율 25%를 적용하고, 연 5억원을 넘는 초고소득자에게는 현행 40%로 돼 있는 소득세율을 42%로 높이자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증세를 하더라도 대상은 초고소득층과 초대기업에 한정될 것"이라며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 필요한 재원 마련에 '최소한의 증세'를 추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정부는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 보고대회에서 "재원은 세입확충으로 82조6000억원, 지출 절감으로 95조4000억원을 마련하겠다"고 제시했다. 

이는 세율을 올리지 않아도 매년 세금이 더 걷힐 것이라는 전망에 근거한 것이지만, 정부가 제시한 방안만으로는 재원 확충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안팎으로 거셌다. 

세입 확충분의 70% 이상을 초과세수로 채운다는 것은 경기 여건 등에 따라 세수의 변동성이 큰 점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낙관적인데다 구체성도 부족하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구체적인 증세 방법을 국민에게 적극 알리고,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는 "문 정부의 재원조달계획을 보면 세입은 늘리고, 지출을 줄여 마련한다는 것인데, 기본적으로 세입보다 지출을 줄이는 게 많아 실현가능성에 의문이 있다"며 "단기로 SOC 사업을 줄이거나 기금에 있는 돈을 줄여가며 1~2년 단기적으로는 가능하나, 5년간 중장기적으로 보면 어려운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박 교수는 "세계 경기회복과 반도체 등 수출 상황이 많이 호전되며 최근 2년간 목표치보다 10조가 더 걷혔고, 올해와 내년에도 60% 정도 세입이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며 "1~2년 단기적으로 보면 경기회복과 함께 세입도 늘겠지만, 3~4년 후 세제개편 없는 재원 마련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문 정부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약 이행에 따른 증세 문제를 굉장히 신경쓰는 것처럼 보인다"며 "필요한 재원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없으면 주장에 그칠 뿐이다. 단기적인 입장이 아닌, 5년을 보고 국민과의 약속을 실천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공약과 증세를 솔직하게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경제 전문가도 국민과의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추가 증세는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최근 경기 호조세로 법인세와 소득세가 늘어 세수환경이 좋아졌다"며 "현재 10조원 이상의 초과세수가 발생하며 올해는 여유롭게 출발하겠지만, 향후 5년간 추가 증세없이 세수를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대기업과 고소득자에 대한 최고세율과 과세표준 구간을 조정하기 앞서, 조세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민의 동의를 얻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