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추경·정부조직법 처리, 국회서 남은 1% 협조해달라"

2017-07-19 18:40
여야 4당 대표와 오찬 회동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 상춘재에서 정상외교 성과설명을 하기 위해 여야 4당 대표를 초청해 오찬간담회 하고 있다.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문 대통령,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 정의당 이정미 대표.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취임 후 처음으로 여야 4당 대표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 회동을 갖고, 국정 협조를 요청했다.

이날 청와대 경내 전통한옥인 상춘재에서 열린 오찬에는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참석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청와대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참하고 충북 청주의 수해 지역을 찾았다.

이날 오찬회동은 오전 11시35분부터 오후 1시30분까지 약 115분 간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야당 대표들과의 첫 만남에서 당선을 축하하는 한편, 한·미 정상회담 및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성과를 공유하고, 일자리 창출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과 정부조직법 개편안의 국회 통과 등 국정운영에 협조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추경을 좀 도와달라. (국회 논의가) 99% 진전된 것 아니냐. 남은 1%를 채워줬으면 좋겠다"며 야권의 협조를 요청하면서 "국회에서 다 수용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정부는 최선을 다해 국정운영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정부의 대북 대화제의 등이 미국과 엇박자를 낳고 있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 "북한 비핵화에 대해 '올바른 조건에서 대화가 가능하다'라고 미국과 합의했다"며 "정치와 인도적 부분을 구별해서 미국과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선, “재협상이 아니란 걸 한미 단독ㆍ확대 정상회담에서 여러 차례 대화를 나눴다”며 “한미 간 상품ㆍ서비스 교역에서 각각 흑자와 적자가 엇갈리지만, 전체적으로 균형이 맞다는 걸 분명히 했다. 국회와 충분히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문제에 대해선 "연말까지 문제점을 계속 보완하겠다"며 "(최저임금과 비정규직 정책을) 1년간 (시행)한 뒤 속도 조절 여부를 결론 내겠다"고 했다.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에 대해서도 정치보복이나 사정에 활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원전 정책과 관련, “원전정책 밀어붙이기라 하는데 오히려 정반대”라며 “제 공약은 전면 중단이었지만 공론조사란 민주적 절차를 따르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찬 회동에서 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는 격의 없이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는 평가를 내놨다.

평소 소탈한 행보를 보여줬던 문 대통령은 이날 회동에서도 여야 대표들과 오찬 장소인 상춘재에서 차담을 나누고, 뒷뜰을 산책하기도 하는 등 편안하게 분위기를 이끌었다.

문 대통령은 상춘재 앞 뜰에서 여·야 대표들을 기다리면서 차 테이블을 그늘 밑으로 직접 옮기는 세심함을 보여줬고, 여야 대표들도 한 사람씩 직접 영접했다. 문 대통령은 오찬에 앞서 ‘더위를 식히자’며 여·야 대표들과 함께 상춘재 뒤뜰을 거닐며 담소를 나눴다.

대표들이 상춘재 옆 연못 위에 줄이 처져 있는 것을 보고 "줄이 왜 설치됐습니까"라고 묻자 문 대통령은 "이게 없으면 왜가리가 연못의 잉어들을 공격해서 잡아먹는다고 한다"고 친절하게 설명해주기도 했다.

국민의당 박주선 비대위원장은 "협치는 구호로 나오는 게 아니라 실제로 행동으로 해야 한다"며 "타협과 양보라는 단어의 의미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문 대통령에게 말을 건넸다.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도 "상처를 많이 입은 국민이라 새 정부에 거는 기대와 바람이 매우 큰 것 같다"며 "대통령은 각 진영을 다 아우르는 국민의 대통령인 만큼 모든 목소리를 경청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언론이나 국회에서는 야 3당이라는 말을 즐겨 쓰는데 청와대에서 야 4당을 함께 할 수 있게 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며 "촛불 개혁을 만들어 달라는 국민의 민심이 수용되는 길이라면 언제든지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 정의당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의당 이 대표로부터 입양하기로 한 유기견 토리의 애견용품을 선물받자, 그 자리에서 함박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