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CEO, ‘책상경영’은 옛말…영업전선 ‘종횡무진’

2017-07-20 06:00
강환구 현대重 사장, 세미나 종료 후 지하 3층 접겹실서 영업팀과 미팅
박대영 삼성重 사장·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해외 누비며 수주 챙겨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왼쪽부터) [사진=각사 제공]

 
송종호 기자 = 지난 18일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은 서울 서초구 페이토 호텔에서 열린 '조선해양플랜트협회 40주년 세미나'를 마친 뒤 서둘러 지하 3층 접견실로 향했다. 대여섯 명의 영업팀 임직원들이 뒤따랐다. 해양플랜트협회장 자격으로 이날 행사를 주재한 강 사장은 숨 돌릴 틈도 없이 하반기 수주 현안을 점검했다.

올 상반기 반등의 불씨를 살린 국내 조선 '빅3'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최근 영업 현장을 직접 챙기며 종횡무진하고 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강 사장을 비롯해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은 영업 전선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박 사장은 지난주 미주 출장을 마치고 17일 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그는 미주지역 선주들을 만나 수주 활동을 펼치고 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 사장은 “수주 물량은 늘어도 가격이 바닥을 치고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내년이 지나야 (조선업이) 살아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라며 영업 현장의 어려움을 전했다.

하지만 그는 “어려움을 이겨내는 것도 실력 아니겠냐”며 자신감도 동시에 내비쳤다.

박 사장은 이날 세미나 직후 거제 조선소로 내려갔다. 이번 유럽 출장의 결과물을 두고 임직원들과 논의하기 위해서다.

정 사장도 대우조선의 하반기 수주 확대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는 지난주 그리스를 방문해 현지 최대 해운사인 안젤리쿠시스 그룹의 자회사 마란 탱커스와 31만8000t 규모의 초대형유조선(VLCC) 4척을 건조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정 사장은 귀국 직후인 지난 17일 거제조선소로 출근해 수주 확대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 '빅3'의 CEO들이 영업 활동에 발 벗고 나선 것은 모처럼 살아난 조선업 반등의 기회를 잡기 위해서다.

글로벌 조선해운 조사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올 상반기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는 72척(42억달러)을 수주했다.

같은 기간 삼성중공업은 부유식원유생산설비(FPU), 부유식LNG생산설비(FLNG) 등 플랜트 2척을 포함해 13척을 수주하며 48억 달러의 수주금액을 달성했다.

대우조선도 7척, 7억7000만달러를 수주했다. 이들 3사의 수주물량은 모두 지난해 실적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와 내년을 어떻게 슬기롭게 버티느냐에 따라 내후년 조선업이 살아났을 때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CEO들이 이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책상에 앉아있기 보다 직접 영업현장을 뛰어 다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