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T '기가지니' 실제 사용자 수는 SKT '누구'의 절반 이하

2017-07-17 03:00
6월 한 달, '누구' 앱 사용자 수 9만 vs '기가지니' 앱 사용자 수 4만

SK텔레콤의 음성인식 AI 스피커 '누구'(왼쪽)와 KT의 '기가지니'(오른쪽). 


한준호 기자 = KT의 음성인식 인공지능(AI) 스피커 ‘기가지니’의 전용 앱 사용자 수가 경쟁사인 SK텔레콤 ‘누구’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통계가 나왔다.

16일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6월 한 달 동안 AI 스피커 ‘누구’와 ‘기가지니’ 단말과 연동되는 스마트폰 앱의 실제 사용자 수가 각각 9만명과 4만명으로 집계돼 ‘누구’ 앱 이용자가 ‘기가지니’ 앱 이용자보다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KT에 따르면 '기가지니'의 판매대수는 현재 13만대로 SK텔레콤 '누구'의 판매대수 14만대와 1만대 차이 밖에 나지 않는 상황이지만, 스마트폰 전용 앱 사용자 수에서 2배 이상 차이가 발생해 '기가지니'의 판매대수와 실제 이용자 수에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와이즈앱이 분석한 수치는 ‘누구’와 ‘기가지니’ 앱을 스마트폰에 다운로드 한 후 실제 이용한 사람을 집계한 것이다. ‘누구’와 ‘기가지니’는 단말 구입 후 전용 앱을 다운로드 받아 기기인증과 본인인증을 거쳐야 이용이 가능하다.

와이즈앱 관계자는 “실제 앱을 다운로드 받아 실행한 이용자의 수치”라며 “중복 이용자와 단순 다운로드 수는 제외시켰기 때문에 실제 이용자를 알아보는 척도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운로드 수를 조사에서 제외시킨 이유는 단말이 없어도 앱을 다운로드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누구’와 ‘기가지니’ 모두 전용 앱을 설치한 뒤 초기 설정이 끝난 후에는 주기적으로 앱을 열어 볼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이 수치가 단말 구입 후 실제 개통한 이용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지난 6월말 10만대 돌파를 선언한 KT가 무서운 속도로 SK텔레콤을 추격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앱 사용자는 '누구'의 절반 이하 수준에 그쳤다.  
 

기가지니 전용 앱과 누구 전용 앱.  


'누구'와 '기가지니'의 실제 이용자 수에서 나타난 차이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관심도 변화를 알 수 있는 ‘구글 트렌드’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누구’는 지난해 9월 출시 직후 관심도가 100으로 나타난 반면, ‘기가지니’는 출시 직후에도 관심도가 86에 그쳤다. 이후에도 '누구'는 관심도 75이상을 6번 기록했지만, '기가지니'는 2번에 그쳤다. 

구글은 구글 트렌드에 표시된 수치 100이 검색어의 최고 인기도를 나타내며, 수치가 낮을수록 인기도가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9월 이후 현재까지 구글에서 ‘누구’와 ‘기가지니’의 평균 관심도는 각각 39와 22로 '기가지니'가 '누구'에 관심도에서도 크게 밀렸다. 
 

시간 흐름에 따른 '누구'와 '기가지니'의 관심도 변화. (구글 트렌드) 
 


IT업계 관계자들은 '기가지니' 판매대수와 실제 사용자 수의 차이가 어디서 발생하는지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지만, ‘셋톱 기능’을 강조해 판매대수를 늘리는 마케팅의 영향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KT는 올레TV 가입시 혹은 셋톱 교체시 ‘기가지니’ 단말로의 가입을 권유하고 있다. 올레TV 가입자가 '기가지니'로 교체할 경우 3년 약정에 월 6600원을 지불해야 하지만, 7월말까지 이를 월 4400원까지 인하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지마켓]


지마켓과 같은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올레TV 가입자를 대상으로 ‘기가지니’ 단말을 월 1100원에 제공하는 프로모션이 진행되고 있다. 정가 14만9000원으로 표시된 '누구'와 달리 ‘기가지니’ 단말은 가격이 10원, 1원으로 표시된 것도 특징이다. KT 안내직원도 '기가지니'를 고객들에게 권유하면서 리모콘 없이 음성으로 채널을 돌릴 수 있다는 점만 강조할 뿐, 셋톱 그 이상의 AI 기능은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KT ‘기가지니’는 AI스피커로 활용되기 보다 셋톱 기능이 강해 SK텔레콤의 ‘누구’와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며 “KT는 '기가지니'를 AI 스피커가 아닌 셋톱으로 판매해 50만대 판매 목표를 달성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