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발상친각, 중국 부모들의 대리맞선 열풍

2017-07-14 10:54

[사진=바이두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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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중국에는 '백발상친각(白髮相親角)'이라는 말이 있다. 백발의 부모들이 자녀들을 대신해 맞선을 보는 장소라는 뜻이다. 우리나라말로는 '부모맞선'쯤 되겠다.

베이징의 중산공원 천단공원 등에는 평일과 주말을 구분하지 않고 수많은 부모들이 한데 모인다. 이들은 자녀들을 소개하는 팻말을 들고 오기도 하고 소개글이 적힌 대자보를 가지고 나온다. 중국에서는 이 소개글을 '맞선가격표(相親價目表)'라고 한다. 부모들이 자녀들의 짝을 맺어주기 위한 대리맞선에 나서는 셈이다.

맞선조건으로 키, 외모, 호적, 부동산, 학력, 수입, 부모님 직업 등이 기재된다. 딸인 경우는 사진이 부착된다. 집한채 없는 이는 외면을 받고, 부유한 집안이거나 높은 연봉을 받는 이는 환영을 받는다. 부모들이 그들의 자녀가 최소한 수준이 엇비슷하거나 수준이 높은 상대방을 원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중국의 부모들은 "1950년대에는 영웅이 맞선 1순위였고, 60년대에는 빈농이 1순위였으며, 70년대에는 군인이, 80년대에는 고학력자가 1순위였다"라며 "현재는 돈이 많은 이가 단연 1순위"라고 세태의 변화를 설명한다.

중국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14일 평론기사를 통해 백발상친각은 부모세대들의 인생경력과 사회경험이 투여되어 있다고 분석했다. 부모세대들 중 일부는 과거 지식청년으로 하방생활을 했었고, 또 다른 일부는 개혁개방과정에서 정리해고를 당한 아픈 기억이 있다. 어떤이는 좌절의 아픔과 불만족스런 기억들이 있을 수 있다. 이로 인해 물질적인 보장을 자녀들의 행복 마지노선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매체는 "물질도 중요하겠지만 혼인생활의 마지노선은 애정과 사랑"이라며 "애정없는 혼인이 파국을 맞는 사례는 비일비재"라고 꼬집었다. 매체는 상하이의 한 연구자료를 인용해 백발상친각의 성공률은 1%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결과도 함께 내놓았다. 중국내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백발상친각을 보면 현 사회가 물질만능주의에 빠져있다는 판단을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중국사회는 애정에 기반을 둔 결혼이 여전히 대세라는 해석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