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동네 밥 짓는 아줌마?"… 이언주 망언에 뿔난 급식노동자들

2017-07-11 15:59

이언주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가 11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자신의 파업노동자 발언과 관련해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득균·이창환 기자 = 학교 급식노동자들을 '밥하는 아줌마'로 폄하해 막말 논란을 빚은 이언주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의 공식 사과에도 불구, 급식노동자들의 분노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을 비롯한 일부 시민단체들은 이 원내수석부대표를 강력히 규탄하는 성명을 내걸고 의원직 사퇴를 촉구했다.  

11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학교비정규직노조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성명을 통해 이 원내수석부대표의 '막말'을 비판했다.

이들은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을 향해 이처럼 비하적인 발언을 한 정치인은 이언주 의원이 처음"이라며 “이언주 의원의 막말을 민주화된 21세기 대한민국에서 허용되기 힘든 반교육적, 반노동적, 반여성적인 폭력으로 규정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이 비판한 급식노동자들은 평균 8년 이상의 숙련된 노동자"라며 "학교 급식실에서 한 시간이라도 일해 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도 이날 이 원내수석부대표의 막말에 대한 항의 논평을 게시했다. 민주노총 한 관계자는 "학교에서 아이들 밥을 책임지는 노동을 동네 아줌마들이 하는 볼 폼 없는 일로 폄훼하는 것은 따뜻한 엄마의 시선이 아니다"라며 "자신의 아이들이 누군가의 소중한 노동으로 생활하고 성장하고 있는지조차 인정하고 존중하지 못한다면 더 이상 엄마의 자격도 국회의원의 자격도 없다"고 했다. 

이 원내수석부대표는 막말 논란이 일파만파 거세지자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공식적인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 부대표는 "문제의 발언은 몇 주 전 한 출입기자와의 사적인 대화에서 학교 급식파업 관련 학부모들의 분노와 격앙된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하고 아이를 둔 학부모로서 아이들의 급식 질이 형편없어지고 있는 문제에 분개하면서 나온 얘기"라면서 "경위가 어찌됐든간에 부적절한 표현으로 상처를 받은 분이 계신다면 죄송하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사과에도 불구하고 이 의원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는 가시질 않고 오히려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23년째 학교 급식조리사로 근무하는 박금자씨(54)는 "내 자식이 음식을 먹는다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이런 내용을 접한 뒤 이틀 동안 잠을 못 잤다"면서 "관련 기사를 보는 순간에 눈물을 쏟아냈다"고 토로했다.

박씨는 사과글에 대해서도 "파업을 한다고 해서 급식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많은 학부모들이 지지해주시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에 위치한 중학교에서 조리사로 근무하는 이현주씨(55) "사적인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가 본심이지 않겠느냐"며 "그분의 논리대로 따진다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직업에 귀천이 있다고 가르쳐야 된다"고 꼬집었다. 이씨는 "국민의 세금을 받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비하 발언을 했다는 것 자체가 국민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원내수석부대표가 지난달 한 언론사 기자와의 통화에서 파업 노동자들을 두고 '미친놈들', 급식 조리종사원들에 대해선 "아무 것도 아니다. 그냥 급식소에서 밥 하는 아줌마들이다"라고 발언한 것이 뒤늦게 알려지자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