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독점 시장 잇단 진출에 '메기 효과'

2017-07-11 16:57

현대제철 기업로고. [사진 제공= 현대제철]


류태웅 기자= 현대제철이 경쟁사들이 사실상 독점해 오던 일부 시장에 잇달아 진출하면서 선의의 경쟁을 촉발하는 '메기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1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최근 세아베스틸과 포스코가 각각 시장 주도적 위치에 있던 자동차용 특수강과 선재 시장에 발을 내딛었다.

자동차용 특수강과 선재는 모두 완성차에 들어가는 제품들로, 특수강은 엔진, 변속기 등 자동차 부품, 선재는 자동차용 볼트·너트로 사용되고 있다. 현대제철은 이미 자동차용 강판을 현대·기아차에 판매해 오고 있다.

현대제철이 이같은 자동차 관련 강재 시장에 속속 진출하는 데는 모회사인 현대·기아차에 자동차 뼈대부터 내부 부품까지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완성차와 부품, 자동차용 강판 등을 내부에서 생산하는 '원스톱 체제'를 갖추고 있다.

이런 업무 분담에 맞춰 현대제철의 움직임은 빨라지고 있다. 지난 2015년 자동차용 특수강 진출을 본격화한 이래 현재 수천가지의 강종을 대상으로 현대차그룹이 진행하는 양산 전 초도제품 승인 절차(ISIR)에 돌입했다.

ISIR 절차가 워낙 까다로운 탓에 승인까지 시간이 소요되고 있지만, 현대제철은 2018년까지 모든 제품을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승인을 받은 일부 특수강 봉강은 상업 생산을 목전에 둔 것으로 전해졌다.

경쟁사 입장에서는 편하지만은 않다. 과반 점유율로 국내 특수강을 독점하고 있는 세아베스틸은 지난해 자동차용 특수강 매출의 70~80%를 현대·기아차에서 올렸다.

선재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포스코도 마찬가지다. 포스코는 연간 280만t의 선재를 생산하고, 이 중 약 15%인 30~35만t을 매년 현대제철이 인수한 현대종합특수강에 넘겨 왔는데, 이 매출을 고스란히 날릴 판이다.

다만 관련업계에선 이런 시장 변화는 불가피할 뿐더러 오히려 현대제철의 적극적인 영역 확대가 철강 품질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대제철이 2006년 일관제철소 기공에 들어가 2010년 제 1·2고로를 가동하며 기존 포스코가 독점해 오던 열연, 냉연 등 철강 산업을 양강 체제로 재편해 품질 경영을 이끈 선례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 입장에서는 현대·기아차에 자동차용 강판 및 특수강 등 고품질의 자동차 소재를 공급한다는 의미가 있고, 관련업계에서는 품질과 고객 중심의 마케팅이 증대되는 효과가 있다"며 "대부분의 제조업에서는 이미 독점이 깨졌고, 이런 경쟁 체제의 도입은 결국 수요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제철 관계자는 "(자동차 소재·선재 외) 추가 시장 진출에 대해선 구체화된 것이 없다"며 "현재는 신사업의 조기 안정화에 주력하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