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 ‘불황 돌파’ 브랜드 리뉴얼…성적은 ‘극과 극’
2017-07-10 03:11
김온유 기자 = 경기침체에 따른 패션업계 불황도 장기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패션 브랜드가 리뉴얼을 단행했으나 승패가 갈리고 말았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패션 소비심리를 되살리기 위해 브랜드 재정비를 단행한 업체들이 속속 성과를 내놓는 중이다. 업체들은 아직 경기침체가 해소되지 않은 탓에 매출에서 눈에 띄는 성장세를 기록하지는 못했다. 다만 몇몇 브랜드는 이미지를 쇄신하거나 내부 안정을 꾀하는 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스포츠 브랜드 휠라코리아는 2015년 10월, 23년 만에 브랜드 리뉴얼을 발표했다. 제품과 매장 콘셉트는 물론 로고체와 유통망까지 개선해 젊은 소비자를 끌어오겠다는 각오였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12월 휠라는 뉴욕주식거래소에 상장된 아쿠쉬네트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아쿠쉬네트는 세계 최대 골프용품 기업으로, 휠라코리아는 향후 지배주주로 경영권을 확대하고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추게 됐다.
외형적 매출뿐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도 성공했다. 과거 '잘 나갔던 시절' 이후 대표 제품이 없었던 휠라는 레트로 트렌드에 맞춘 빅로고 제품과 젊은 취향을 저격한 '코트 디럭스'화를 연이어 성공시켰다. 코트 디럭스는 지난해 9월 출시 이후 40만족이 팔려나갔으며, 다양한 협업 라인을 출시하며 인기를 이어가는 중이다.
2015년부터 구조조정을 단행한 LS네트웍스는 지난해 9월을 기점으로 인원을 감축하고, 토종 스포츠 브랜드인 프로스펙스를 제외한 나머지 브랜드 사업에서 손을 뗐다. 당시 LS네트웍스 측은 전반적으로 패션이 불황인 가운데, 주요 브랜드를 위주로 사업 안정화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2015년 7300억원대였던 매출은 브랜드 축소와 함께 약 4900억원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2015년 720억원 수준이던 영업이익 적자가 580억원으로 줄며 경영 상황이 안정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소 부진한 곳은 삼성물산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난해 중순부터 브랜드 사업 구조 개편을 추진해왔다. 20년 이상 전통의 남성복도 판매가 부진하면 과감히 정리했고, 인기를 끌고 있는 제조·유통일괄(SPA) 브랜드 '에잇세컨즈'를 대대적으로 론칭하는 등 공격적 행보를 펼쳐왔다.
이에 힘입어 패션부문 매출액은 2015년 1조7380억원에서 지난해 1조8430억원으로 6%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90억원에서 450억원으로 늘어나며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에잇세컨즈 중국 사업을 담당하는 ‘에잇세컨즈 상하이’와 ‘에잇세컨즈 상하이 트레이딩’ 역시 지난해 각각 47억원과 21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업계 관계자는 "패션 전반이 침체된 상황에서 브랜드를 재정비하는 것이 터닝포인트(전환점)가 될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경기 회복이 패션업계에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