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점포 통폐합…금융소비자 차별 vs 자율적 경영판단
2017-07-04 16:53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4일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은행업 인가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의 정책토론회에서 "씨티은행의 대규모 점포 폐쇄는 금융소비자 간 차별을 유발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은행 점포 폐쇄에 따른 고령 금융소비자의 불편이 은행업 인가요건상의 '사업계획이 타당하고 건전할 것'이란 요건을 위반하는지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우리나라 은행법이 전국을 영업구역으로 하는 (통상적인) 은행과 전국을 영업구역으로 하지 않는 '지방은행'으로 구분된다"며 "씨티은행의 경우 전국을 아우르는 곳으로, 지방의 고령 금융소비자를 실질적으로 차별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행법상 (은행 점포 통·폐합에 대해) 금융당국의 직접적인 관여나 조치 권한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 금융위원회의 입장이다.
김진홍 금융위 은행과장은 "1998년 은행법이 전면 개정되기 이전에는 은행 점포 신설·폐쇄 모두 당국의 인가를 받았다"며 "이후 점차 규제가 완화돼 2000년부터는 관련 사항이 전면 자유화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점포 통·폐합 과정에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거나 은행의 경영 안전성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며 "민·관이 서로 최선을 다해서 좋은 선례를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5월 말부터 일주일 간 현장점검을 실시했으며, 지난달 말에는 지점 통·폐합 시 준수사항 관련 행정지도를 펼쳤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씨티은행이 오는 7일부터 점포를 순차적으로 폐쇄, 이르면 10월까지 101곳이 문을 닫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마련됐다. 관련해 씨티은행 노동조합은 총파업도 구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주제발표를 맡은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씨티은행의 점포 통·폐합은 대규모 인원 구조조정을 위한 사전 단계"라며 "다른 은행들도 4차 산업혁명을 내세워 같은 기조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환영사에서 "작년에만 170여곳의 은행 점포가 폐쇄됐고 올해는 200곳 넘는 점포가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은행과 금융약자, 자본의 이익과 공공성 등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