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한미FTA 재협상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2017-07-02 14:41
양준석 가톨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재협상'은 확실시됐다.

트럼프는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더는 무역적자를 감당할 수 없으며, 상호호혜적이고 미국 노동자에게 공정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40여년간 만성적인 통상문제가 반복되는 자동차산업과 철강산업의 문제를 다시 언급했다.

이 글에서는 한·미 FTA 재협상에서 우리가 고려해야 할 몇 가지 사항을 강조하고자 한다.

먼저 한·미 FTA의 철폐를 무서워할 필요가 없다. 지난달 22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미국은 한·미 FTA를 철폐할 생각이 없다고 발표했다. 트럼프도 철폐보다는 재협상을 말하고 있어 한·미 FTA 철폐 가능성은 거의 없다.

자세한 통계적 분석을 하기에는 데이터가 부족하지만, 철폐한다 해도 지난 5년간 한·미 FTA를 통한 대미 수출 증가분은 GDP의 약 0.5%가 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큰 숫자이지만, 한국수출은 GDP의 40~50%라는 점을 보면 우리나라가 감당할 수 없는 숫자는 아니다.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만약 한·미 FTA를 철폐해도 이를 극복할 수 있다.

미국은 일부 산업에서 추가적 시장개방 조치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가 이미 언급됐고, 법률서비스나 금융서비스도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시장은 소수의 국내업체가 독점적 또는 과점적 구조를 유지하는 시장이라는 점을 보면, 오히려 외국업체의 진출로 인한 경쟁이 국내 소비자에게 이득을 가져올 수 있다.

대미 철강수출의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수출이나 생산을 자제하는 조치를 요구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 생산업체들이 자국산업 보호를 요구하지만, 미국에는 철강사용업체들이 더 많고 이들은 철강가격의 인상을 좋아할 리 없다.

1980년대부터 철강 통상마찰을 보면, 사용업체는 국민 여론을 두려워해 생산업체가 강력하게 보호조치를 요구할 때에는 일단 받아들였다.

그러나 2~3년 후 보호조치 갱신 심사에서 조용한 로비를 통해 대부분의 보호조치를 철회시킨다. 이에 따라 우리는 협상의 필요성에 따라 일시적인 감소조치에는 동의할 수 있지만, 영구적인 감소조치는 피해야 할 것이다.

미국 경제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크고 중요하기 때문에 협상에서 우리가 다소 불리하지만, 우리도 상당한 협상 레버리지를 갖고 있다.

한국은 미국 쇠고기의 제1 수출시장이다. 만약 한·미 FTA가 철폐될 경우, 미국산 쇠고기는 40%의 관세를 내야 하기 때문에 한국의 FTA 파트너인 캐나다, 호주 및 뉴질랜드산 쇠고기와 경쟁할 수 없을 것이다.

또 최근 산업연구원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한·미 FTA가 철폐되는 경우, 양국 모두 무역 침체와 후생 감소를 겪지만 미국의 대한 무역적자는 더 심해질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미국의 의회조사국(CRS)도 이런 결과를 인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 의회의원이 "미국의 대한 무역적자가 FTA 발효 전 예상액보다 왜 큰가"라고 한 질문에 의회조사국은 "한국은 그간 여러 FTA를 통해 국내시장을 개방했기 때문에 미국상품의 판매가 예상보다 낮아졌다"고 답했다.

한·미 FTA를 철회하면 미국상품의 경쟁력이 더 약해지리라는 것은 이런 상황에서 나오는 당연한 추론이다.

이에 따라 우리는 미국의 협상 압력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고, 동등한 위치에서 협상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

우리가 미국에 요구해야 하는 사항을 찾아 주고받는 형식을 통해 협상을 해야 한다. 필요시 우리가 FTA 철폐를 협상 도구로 사용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 너무 불리한 결과는 수용할 수 없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현해야 하지만, 미국의 경제 및 국방 중요성을 고려하면 결과적으로 미국이 우리보다 약간 유리한 협상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또 어느 정도는 우리가 수용할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하자(무역흑자 감소가 우리나라에 언제나 나쁘다는 근거도 없지만).

마지막으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세계경제에서는 독점력이 없는 상품의 경우 수입국이 협상의 레버리지를 갖고 있다는 점을 깨닫고, 우리 경제를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가격경쟁력에만 의지해 수출에 나설 경우, 우리는 언제나 불리하다. 우리 경제를 독점적인 기술이나 인적 역량이 바탕이 된 상품을 개발해 수출할 수 있는 구조로 바꿔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