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2 증권 오너' 박현주ㆍ김남구 끝장승부

2017-07-02 14:02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왼쪽), 김남구 한국투자증권 부회장. [사진=아주경제DB]


아주경제 김부원·양성모 기자= 빅2 금융투자그룹 오너인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60)·김남구 한국금융그룹 부회장(55)이 끊임없이 승부를 이어가고 있어 이목이 쏠린다.

그동안 두 사람은 금융상품이나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번번이 맞대결을 펼쳐왔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서도 마찬가지다. 핀테크를 두고 새로운 경쟁에 돌입했다. 마치 라이벌 간 끝장승부가 펼쳐지는 모습이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그룹이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와 국내외 디지털 금융사업을 공동 추진하기로 하면서, 업계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박현주 회장과 김남구 부회장의 맞대결로 이어지고 있다.

앞서 한국금융지주가 네이버의 최대 경쟁사인 카카오와 제휴해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를 설립했기 때문이다. 한국금융지주는 카카오뱅크 지분 57%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카카오뱅크는 이달 공식 출범한다.

그리고 이런 시장 양상을 박현주 회장과 김남구 부회장의 핀테크 대결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는 두 사람이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 현재 증권사 오너가 되기까지 얽힌 인연 때문이다.

박현주 회장과 김남구 부회장은 고려대 경영학과 5년 선후배 사이다. 그리고 두 사람은 한국투자증권 전신인 동원증권에서도 함께 근무했다.

다른 점은 김남구 부회장은 모회사인 동원그룹 김재철 회장의 장남이란 사실이다. 그렇지만 김재철 회장은 박현주 회장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고, 박현주 회장은 최연소 지점장에 오르기도 했다.

결국 대학교를 거쳐 동원증권에 근무하면서까지 김남구 부회장과 박현주 회장은 가장 가까운 파트너이자 선의의 경쟁자였다.

그러나 박현주 회장이 동원증권의 우수 인력들을 이끌고 미래에셋을 창업하면서, 박 회장과 김 부회장 간 라이벌 구도는 한층 짙어졌다.

과거 두 사람은 베트남펀드 투자 여부를 두고 미묘한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 최근에도 M&A 시장에서 맞붙었다. 증권가 최대 매물이던 대우증권 인수전에서 맞붙었고, 박현주 회장의 완승으로 마무리됐다.

그후 한국투자증권이 현대증권 인수에 성공했다면 두 오너의 M&A 대결이 무승부로 판정 받았겠지만, 이마저도 KB금융에 밀렸다.

결국 김남구 부회장이 꺼내든 히든카드는 핀테크와 은행업이었다. 한국투자증권이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에 성공하고, 우리은행 지분도 4%를 인수했다. 경영인으로서 김남구 부회장의 추진력이 재평가 받았다.

그리고 최근에는 은행업계의 거물이자 M&A 귀재로 평가받는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카카오뱅크 고문으로 영입해 경쟁력을 한층 강화했다. 김 전 회장의 영입은 김재철 회장이 직접 추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박현주 회장도 물러서지 않고 네이버와 손을 잡으며, 김남구 부회장의 승부욕에 다시 불을 붙였다.

박현주 회장은 전날 '미래에셋 창립 20주년 행사'에서 "4차 산업혁명의 최전선에 투자하는 것도 하나의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연내 미래에셋은 글로벌 시장에서 6000개의 호텔룸도 갖게 될 것"이라며 "은행 중심의 한국 금융산업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하겠다"고 다짐했다.

두 증권사 오너의 대결은 끝을 내기 어렵다. 그리고 딱히 누구 한 명을 더 높이 평가하기도 어렵다.

한국투자증권 내부에서는 이제 박현주 회장과의 경쟁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얘기도 나온다. 박현주 회장이 새롭게 살림을 꾸린 지 20년이 흐른 만큼 경쟁의식을 가질 회사 임직원도 많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두 회사의 성장세를 지켜보는 외부 증권맨들의 평가는 다르다. 한 대형 증권사 임원은 "박현주 회장이 자수성가형이란 점을 높게 사고 싶다"며 "창업가 마인드를 앞세운 경영방식은 증권산업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박현주 회장은 증권업을 키우기보다는 자기자본을 늘리고 해외부동산을 매매해 이익을 창출하는 데 지나치게 집중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남구 부회장은 조금 더 안정적인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증권을 비롯한 금융업에 힘을 쏟고 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하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