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던 유통이야기 '리테일 디테일'㉚] 개업 첫날, ‘빨간 속옷’ 사면 부자 된다?
2017-06-30 07:31
아주경제 김온유 기자 = 백화점 개장 첫날. 딱히 세일 행사를 하는 것도 아닌데 유독 붐비는 매장이 있다. 바로 속옷 매장이다. 개장 첫날의 속옷 매장은 온통 붉은 색으로 물든 경우가 많다. 단일 색상만 파는 것처럼 온통 빨간 속옷만 진열될 정도다.
이는 '백화점이나 아웃렛이 개장하는 날 빨간 속옷을 사면 부자가 된다'는 속설과 관련이 깊다. 이 속설은 '빨간 속옷이 복을 불러온다'는 믿음에서 시작됐다. 신축한 대형 점포가 개점하는 첫날 빨간색 속옷을 사서 옷장에 넣어두면 행운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유독 부산에서 이런 속설을 믿는 경향이 강하다. 속설의 정확한 유래는 알 수 없지만, 만선에 꽂았던 깃발에서 유래했다는 주장이 가장 설득력이 있다.
이러한 부산 지역민의 믿음을 바탕으로, 이 지역에 오픈한 백화점마다 빨간 속옷 행사로 소위 '대박'을 터뜨렸다.
속옷브랜드 비비안의 경우, 지난 2009년 3월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오픈 당시 빨간 속옷 판매액만 약 1억4000만원에 달했다.
최근에는 부산 외 타지역에도 이러한 믿음이 확산되는 중이다.
실제 지난 2016년 12월 신세계백화점 대구점 오픈 당시에는 50억원어치의 빨간 속옷 물량이 투입됐다.
프리 오픈일이었던 13일부터 16일까지 4일간 진행된 ‘레드 란제리 페스티벌’에는 비비안뿐 아니라 비너스, 트라이엄프과 해외 브랜드인 캘빈클라인, 엠포리오 아르마니 등 다수 브랜드가 참여했다.
업계에 따르면 행사 기간 동안 빨간 속옷 전체 매출은 약 12억원으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속설이 시작된 지역이 부산인 만큼 경상도 지역에서 빨간 속옷 행사가 크게 열린다"면서 "복을 불러온다는 말 외에도 시험에 붙는다는 등 빨간 속옷과 관련된 긍정적인 속설이 많아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