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은 개점 휴업 중] 가상화계부터 P2P까지 '묻지마 투자' 급증...손 놓은 금융당국
2017-06-20 18:00
아주경제 임애신 기자 = 저금리로 시중에 뭉칫돈이 풀리면서 '묻지마 투자'가 성행하고 있다.
과거에는 이 같은 투자가 주로 주식시장에서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가상화폐, P2P금융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원금 보장이 되지 않고 리스크가 크지만 단기간에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말에 솔깃한 것이다.
최근에는 주식투자가 극히 제한된 금융당국 직원들까지 '묻지마 투자' 대열에 합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이렇다 할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에 돌입한 것이다.<관련기사 9면>
금융권 관계자는 20일 "저금리로 시중의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대안 투자처를 찾는 고객들이 급증하고 있다"며 "가상화폐, P2P금융 등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고위험 상품에서 큰 손실을 입은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P2P금융 상품의 경우 짧게는 3개월 만에 10% 안팎의 수익을 낼 수 있다. 은행 예·적금의 10배 수준이다. 자금이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누적 P2P 대출 규모도 이미 1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한국P2P금융협회 회원사도 지난해 6월 22개사에서 올해 47개사로 두 배 넘게 늘어났다.
문제는 비회원사다. 이들은 규제 사각지대에 있다. 각사가 자발적으로 제공하는 내용을 제외하면 경영 정보를 파악할 길이 없다. 사고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최근 P2P금융협회에 소속되지 않은 비회원사 5곳이 경찰조사를 받기도 했다. 원금 보장이 된다며 투자자를 현혹하고 투자금을 유용한 혐의다.
앞서 P2P금융업체 골든피플은 유사수신행위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CEO가 구속기소됐다. 이 업체는 투자자금을 모은 뒤 본인 회사 자금으로 활용했다. 그러면서 투자자들에게는 대출이 실행된 것처럼 위장했다.
상황이 이렇자 당국은 P2P 연계 대부업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감독하기로 했다. 하지만 실효성은 미지수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관리·감독 대상을 확대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고 들었다"며 "당국이 직접 규제를 하지 않는 한 사실상 P2P협회 비회원사들에 대한 제대로 된 감독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가상화폐도 요즘 떠오르는 투자처다. 비트코인 가격은 올해 들어 3배, 이더리움은 무려 30배나 올랐다. 이 같은 가격 폭등으로 인해 시세차익을 노린 개인 투자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가상화폐는 아직 지급수단으로 공식 인정되지 않았다. 문제는 가상화폐의 경우, 익명 거래가 가능하고 거둔 수익에도 세금이 붙지 않는다는 점이다. 거래 수수료도 0.15% 안팎으로 저렴하다. 가상화폐가 각종 범죄에 이용되는 이유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학계·법률전문가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가상화폐 이슈를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7개월 가까이 이렇다 할 현황이나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가상화폐를 두고 금융위와 금감원이 엇박자까지 내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1일 비트코인업계 관계자들과 비트코인 제도화 관련 회의를 진행하려고 했으나 무기한 연기됐다. 업계에선 금융위와 금감원이 가상화폐 관련해서 이견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 나오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이렇다 할 규제 방안을 내놓지 못하는 것은 핀테크 산업 육성과 금융시장 건전성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라며 "새 정부 출범 후 금융당국을 비롯해 금융권 전체가 올 스톱된 상황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