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올린 재벌개혁]‘대기업 저승사자’ 기업집단국 7월말 윤곽…대기업 일감몰아주기 실태조사
2017-06-19 14:58
아주경제 현상철 기자 =김상조호(號)가 본격 출항했다. 재벌저격수로 불리는 김상조 위원장을 선장으로 둔 공정거래위원회가 '경제민주주의'라는 새로운 변화의 한가운데에 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우선 올해까지 대기업의 법위반 사항을 들여다보고, 이를 집행할 법·제도 기반을 닦아 놓는다는 방침이다.
이미 45개 대기업집단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실태조사를 실시했고, 위반혐의가 발견되면 직권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올해까지 재벌개혁 사전작업··· 기업집단국은 7월 말 ‘부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3월부터 45개 대기업집단에 대한 내부거래 실태를 점검, 분석 중”이라며 “분석 결과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직권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45개 대기업과 경제적 약자에 대한 실태 등 사전조사는 올해 말까지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동시에 법‧제도적 기반도 닦아 놓는다. 국회 제‧개정 사항이 아닌 공정위 차원에서 진행할 수 있는 시행령 이하 하위법령을 올해 말까지 점검, 합리적인 방향을 잡아가기로 했다.
내년부터 본격적인 재벌개혁 추진을 위해 올해 내 기업의 법위반 사항, 갑질, 일감몰아주기 등은 물론 이를 집행할 법령까지 완료해 놓겠다는 의미다.
예전 공정위 조사국의 역할을 맡게 될 ‘기업집단국’은 내달 말경 규모와 역할이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저승사자’로 불리던 조사국은 2005년 대기업 등의 반발로 폐지됐지만, 김 위원장은 후보자 시절 경제분석 기능과 조사기능을 포함한 ‘기업집단과’ 신설을 예고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조직개편은 행정자치부와 협의 중이며, 이후 기재부와도 협의해야 한다”며 “확정적으로 말할 내용이 많지 않지만, 7월 하순경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직개편이 확정되면 관련된 인사이동도 있고, 공정위의 업무방향도 구체화될 것”이라며 기업집단국의 조직규모와 역할이 구체화될 것임을 시사했다.
◆재벌개혁 의지 재확인··· 기대 어긋나면 ‘적절한 조치’ 경고
김 위원장은 이날 재벌개혁 기조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대기업에 대한 경고장도 날렸다.
그는 이번 주 중 4대 그룹 관계자와 공식 만남을 갖고 재벌개혁을 몰아치듯, 기업을 때리듯 하지 않겠다는 취지를 설명하겠다고 언급하며 “정부와 재계가 대화를 시작한다는 차원에서의 행사”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기업이 스스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대기업은 한국경제의 소중한 자산’, ‘미래를 여는 기반’이라는 호의적인 발언도 쏟아냈다.
그러나 정부의 바람이나 사회‧시장의 기대에 어긋나는 모습을 반복하는 기업은 행정부가 가진 수단을 통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공정위가 행정력을 동원해 강제하기 전에 재계가 재벌개혁의 취지를 이해해 자체적으로 갑질이나 일감몰아주기를 끊고, 경제적 약자에게 피해를 주지 말라는 의미다.
45개 대기업집단에 대한 실태점검, 하도급‧가맹‧대리점 등에 대한 실태파악, 법·제도 정비 등도 ‘공정위-재계’의 관계정립을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이 있다.
◆“공정위는 물가관리기관 아냐”
“공정위는 물가관리기관이 아니다. 이런 차원(물가)에서 시장에 개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분명히 말씀드린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 앞서 이례적으로 물가에 대해 언급했다. 이는 최근 공정위가 BBQ에 대해 가맹사업법 위반 혐의로 조사에 착수하자, 가격인상을 추진하던 치킨업계가 이를 철회하는 등의 모습이 연출된 것에 대한 해명이다.
공정위 조사가 업체의 치킨가격 인상과 관련이 없고, 기업과 시장의 가격결정권을 침해하려는 게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다.
김 위원장은 “치킨값과 관련해 ‘김상조 효과’라는 언론보도가 있었다”며 “공정위는 관련법 상 시장지배 남용, 특히 가격남용이나 담합에 해당되는 가격을 고정하려는 사유가 아니라면 기업의 가격결정에 개입할 권한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