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웨스트 런던 고층 아파트 화재로 사망자 다수 발생 ..50여명 병원 이송

2017-06-14 16:58

불기둥으로 변한 英 런던 고층 아파트 (런던 AP=연합뉴스) 영국 런던에 있는 24층짜리 아파트 건물 '그렌펠 타워'에서 14일(현지시간) 새벽 원인이 파악되지 않은 화재가 발생, 건물 전체가 화염에 휩싸여 있다.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14일(현지시간) 새벽 수백명이 거주하는 영국 웨스트 런던 소재 24층짜리 고층 아파트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의 필사적인 인명 구조작업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BBC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런던 소방당국의 커미셔너 대니 코튼은 기자들에게 "말하기 슬프지만 다수의 사망자가 있었다"며 "건물이 크고 복잡해서 정확한 사망자의 수는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화재 원인과 정확한 인명 피해 규모는 밝혀지지 않았다. 현지 언론과 외신들은 화염이 건물 전체를 덮어 붕괴 위험마저 제기된 가운데 대피하지 못한 일부 주민들이 갇혀 있고 여러 명의 사망자도 발생한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50여명이 구급차로 5개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었다고 전했다. 화상과 유독가스 흡입 등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 

당초 외신별로 24층과 27층 두 가지 보도가 엇갈렸는데, 앞서 27층으로 보도했던 블룸버그와 CNN 등은 이후 24층으로 정정했다. 화재가 난 건물에는 120가구가 입주해 있다. 화재가 발생한 '그렌펠 타워' 인근 지역은 무슬림 집단 거주지로 라마단 기간이라 상당수 사람들이 화재 발생 당시 식사를 하기 위해 깨어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CNN은 전했다.  

영국 언론들에 따르면 이날 새벽 1시 경 노팅힐 근처 웨스트 런던의 '그렌펠 타워' 2층에서 시작된 불이 삽시간에 건물 꼭대기까지 번진 뒤 건물 전체가 화염에 휩싸였다. 

현장에 있는 가디언지 기자는 창가에서 담요를 흔들며 구조를 요청하는 한 남자를 목격했다고 전했다. 화재 목격자인 조지 클라크는 BBC방송 라디오5 인터뷰에서 "건물 꼭대기에서 (살려달라고) 불빛을 흔드는 사람을 봤는데 탈출하지 못한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일부 입주자들은 창문으로 대피하려고 침대보로 로프를 만들어 사용했고 10~15층에서 뛰어내린 사람들도 있다는 목격담도 보도되고 있다.

화재 발생 당시 건물에 있던 한 입주자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불이 점점 커진다"고 외치는 소리를 듣고서야 딸을 데리고 계단으로 빠져 나왔다면서 올 때까지 화재 경보는 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상당수의 주민이 대피할 수 있는 적기를 놓쳤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전직 소방관은 CNN에 "불이 빠르게 번진 것을 볼 때 스프링쿨러도 작동하지 않을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작년 이 건물은 대대적으로 재단장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런던 소방당국은 소방차 45대와 소방관 200명을 출동시켜 화재 진압과 구조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지 시간 새벽 6시30분 현재 큰 불길은 거의 잡힌 상황이지만 여전히 검은 연기가 멀리서도 목격된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