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인사이트] 비정규직 해소 방안, 정규직 전환 아닌 채용에서 찾아라
2017-06-15 08:15
곽노성 전 식품안전정보원장
사실 노동시장 유연화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현상이다. 세계 최대 차량 공유업체 우버나 숙박 공유업체 에어비앤비의 출현에서 볼 수 있듯이 일자리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흔드는 새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알파고 쇼크’로 대변되는 인공지능 기술이 우리 생활에 들어오면 일자리가 사라지고 또 생길 전망이다.
그럼에도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최소화 정책은 정당한 명분이 있다. 비정규직이 세대 간 차별이나 불공정을 끊임없이 초래해 왔기 때문이다. 지금 공공기관에서 중장년층의 입지는 탄탄하다. 당시 공공기관 인기는 그리 높지 않아 웬만큼 능력이 있으면 들어갔다. 지금 청년들은 첫 일자리를 비정규직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바로 정규직으로 입사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다. 그렇다보니 비정규직인 청년들이 업무능력이 좋은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럼에도 연봉은 중장년층 정규직이 훨씬 더 높고 업무는 청년층 비정규직에게 몰린다. 비정규직 제도가 청년층을 차별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문제는 비정규직 축소 방법이다. 지금 추진되고 있는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일률적인 정규직 전환은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을 초래한다. 공공기관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이해 관계자들이 있다. 바로 납세자와 공공기관 취업 준비생이다.
일률적인 정규직 전환은 납세자에게 불공정한 일이 될 수 있다. 냉정히 말해 같은 연령대에서 비정규직은 정규직에 비해 업무능력이 떨어진다. 임금이 낮고 고용이 불안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현재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일률적으로 전환하고, 임금까지 맞춰준다면 누군가는 이들이 부당한 이득을 얻었다고 여길 수 있다.
취업 준비생들은 어떨까. 정규직 채용은 엄격하게 진행되지만 비정규직은 다르다. 고용기간이 2년을 넘지 않기 때문에 채용 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실제 채용은 해당 부서장에게 일임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학연이나 지연이 개입될 소지가 상당하다. 비정규직 채용 기간과 업무가 한정되기 때문에 업무 효율성을 먼저 고려하는 현실을 무조건 매도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비정규직이 단지 지금 근무하고 있다고 해서 정규직이 된다면 취업준비생 입장에서는 불공정하다고 느낄 것이다. 정규직이 대폭 늘어나 당분간 채용기회가 크게 줄어든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 그렇다.
선의가 항상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복잡한 문제일수록 원칙을 지켜야 한다. 정부는 비정규직 운영 최소화 방침만 제시하는 것이 맞다.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는 공공기관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공기관운영법에도 자율경영원칙이 명문화돼있다. 공공기관도 일률적인 정규직 전환이 아니라 취업준비생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정식 절차를 거치는 것이 맞다. 이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는 비정규직이 발생할 수 있지만 그게 공정한 사회다. 공정은 인정과 다르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