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기고..추월당하고...삼성, 오너 부재 ‘內傷’ 커진다
2017-06-14 06:55
아주경제 채명석·유진희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등으로 인해 ‘컨트롤 타워’를 잃은 삼성의 내상(內傷)이 점점 커지고 있다.
외견상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경신하며 순항하고 있는 듯하나 ‘허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호실적의 가장 큰 요인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의 수요 부족으로 인한 가격 상승효과이기 때문이다. 수급이 조정되면 언제든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삼성은 반도체, TV, 디스플레이 등 주요 사업 부문의 시장 지배력에 금이 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퀄컴은 차세대 7나노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의 생산을 삼성전자 대신 대만 ‘TSMC’에 맡겼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10나노 반도체 생산 공정이 당분간 대세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7나노 공정에 대한 투자를 늦추면서 경쟁력이 뒤처지게 됐다”며 “삼성전자가 신규 거래처를 확보하지 못하면 내년부터 공장 가동률이 급격히 떨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파운드리 시장에서도 변화에 뒤처지는 신세가 됐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DS부문의 시스템LSI사업부 안에 있는 '파운드리사업팀'을 '파운드리사업부'로 승격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경쟁사인 SK하이닉스는 올 초부터 분사를 준비해 다음달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파운드리 사업 부문의 분사에 대해 지난해부터 논의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부회장 구속 등으로 시스템이 붕괴되면서 뒤늦게 결정을 내리게 된 것으로 업계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수년간 세계 1위를 지켜왔던 TV시장에서도 주도권을 잃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대당 1500달러 이상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소니가 39.0%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LG전자(35.8%)와 삼성전자(13.2%)가 뒤를 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39.5%를 차지하며 LG전자(17.7%)와 소니(17.5%)를 큰 차이로 따돌린 바 있다.
대당 2500달러 이상 초프리미엄TV 시장에서는 LG전자가 전년과 같은 40.8%의 점유율로 선두자리를 지켰다. 2위를 차지한 소니는 같은 기간 점유율(34.4%)을 9.8%포인트 올린 반면 삼성전자(11%)는 12.4%포인트 하락하며 3위에 머물렀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세계 1위를 점하고 있는 중소형 올레드(OLED) 시장에서도 경쟁사들의 추격이 가속화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내년 생산능력이 월 3만5000장에서 5만 장 사이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업체들도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BOE의 경우 중국 남서부 쓰촨성 등에 17조원가량을 투자해 OLED 공장 건설에 나섰다. BOE의 중소형 OLED는 내년 후반부터 본격적인 양산이 시작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일본 재팬디스플레이는 현재 올레드 패널로만 구현할 수 있는 곡면화면을 대체할 수 있는 ‘휘어지는 LCD’ 기술개발을 완료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미 스마트폰업체들과 공급협상을 마무리했고, 이르면 내년부터 삼성디스플레이의 올레드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간 이어진 삼성의 리더십 부재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며 “빠른 시간 내에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에 이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