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 1급 보안 폐산업시설 문화가 꽃피는 장소 탈바꿈… 마포 석유비축기지 막바지 단장 한창
2017-06-11 18:00
서울광장 10배 규모, 다채로운 공연·문화·전시
아주경제 이창환 기자 = 과거 40여년간 사람들의 접근을 철저히 막아섰던 1급 보안시설이 곧 '문화가 꽃피는 장소'로 탈바꿈된다. 바로 서울 마포구에 자리한 문화비축기지다. 전체 면적은 14만여㎡로 서울광장 10배 규모에 내부는 지열을 활용한 전기 없는 냉난방, 친환경 신재생에너지로 가동된다.
지난 9일 찾은 문화비축기지 현장은 이달 중 베일을 벗기 위한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었다. 우리나라의 4강 신화를 써낸 '2002년 한·일월드컵'이 열렸던 상암월드컵경기장으로부터 그다지 멀지 않아 친근감을 더한다. 서울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인근 공사장 입구에는 10여명의 인부들이 전선매립 작업에 열을 올렸다.
이곳은 본래 석유비축기지로 일반인의 발길이 통제되는 1급 보안시설이었다. 1970년대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이에 대응키 위해 만들어졌다. 그렇게 20여년간 시민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운영되다가 2000년 12월 폐쇄됐다. 역사적인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해당 기지가 위험시설로 분류된 탓이다.
그 옆으로 넓게 펼쳐진 원형의 부지는 향후 다채로운 공연과 시민들 휴식 등 다용도로 쓰일 '문화마당'이다. 200여m 언덕길을 올라가면 새로 지어진 6번 탱크인 '정보교류센터'에 다다른다. 유일한 신축 건물이지만 1·2번 탱크에서 해체한 철판을 이용해 외관 및 내부를 꾸몄다는 점에서 재생사업과 맥이 이어진다.
총 면적 14만m² 부지에는 기존 5개의 유류 저장탱크가 있었다. 정보문화센터 뒤 1~5번 탱크는 폐산업시설에서 시민들의 보물로 되살아나고 있다. 전시장 등으로 쓰일 1번 탱크에는 유리로 만든 다목적 파빌리온이 마련됐다. 저장탱크 특유의 원형 디자인과 더불어 바깥 경관을 온전히 즐길 수 있어 느낌이 신선하다.
4번과 5번 탱크는 각각 기획전시장, 상설전시장으로 선보인다. 내부로 들어가면 대략 15m 높이까지 천장이 시원하게 뚫려서 마치 동굴 안을 연상시킨다. 여기저기서 냉·난방설비와 배관, 전선 등 정리일정이 분주했다. 여러 탱크에서 뜯어낸 철판은 벽면에 다시 장식해 역사 및 문화의 보존성을 강조했다.
이외에 관리사무소, 하역장, 변전실 등 각종 지원시설 인근은 산책로와 야생화 정원으로 단장이 이뤄졌다. 문화비축기지는 당초 이달 중순께 문을 열 계획이었지만 그 시기가 조금 늦춰지고 있다.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특별한 생태문화시설로 시민들에게 돌려주려 완성도를 한층 높이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서울시 최현실 푸른도시국 공원조성과장은 "일반인들도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문화교류의 장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아울러 '문화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설 곳을 잃어가는 이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며 "문화를 단순히 쌓는다는 개념 이상으로, 공유하고 재생산해낼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