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공무원 100만명 시대 그들의 명암
2017-06-11 18:00
공무원은 사전에서 국가 또는 지방 공공단체의 사무를 맡아보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요즘 공무원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극심한 취업난과 민간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 힘든 상황이 지속된 데 따른다. 안정적인 직업의 대명사로 불린다. 이런 분위기에 더해 지난해 1만3000여명이 7·9급 지방공무원이란 타이틀을 새로 달았다. 당시 25만4295명이 시험에 도전했으니 거의 20대1의 경쟁률을 뚫은 것이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구직청년들을 만날 수 있는 노량진 학원가는 때아닌 특수를 맞고 있다. 새 정부가 이달 5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올 하반기 일자리 창출을 위해 11조2000억여원의 추경안을 의결했다. 연장선에서 공무원 1만2000명을 포함해 공공부문의 7만1000명 고용에 속도를 내자 한층 넓어진 '공무원 취업문'을 열겠다는 여러 긍정적 파급효과가 반영된 듯하다.
공직자가 되려고 치열한 시험전쟁에 뛰어든 이들과 함께 이 '바늘구멍'을 통과한 진짜 공무원도 있다. 각종 현장의 최일선에 배치된 이른바 '늘공'이다. 공시족(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이 우상처럼 여기는 사람들이다. 그야말로 정년이 보장되고 잘릴 위험도 없다. 공통되게 초심으로 '이 한 몸 바쳐 나라를 지키겠다'고 각오를 다진다.
이처럼 장밋빛 전망만 가득할 것 같은 공직사회도 정작 내부에서는 심한 회의감과 무력감에 가끔 빠진다. 승진에 대한 압박을 비롯해 업무 스트레스, 피로 누적 등이 주요 원인으로 분류된다. 실제 올해 1월 중순께 세종청사 보건복지부가 위치한 10동 6층 계단에서 30대 중반의 세 아이를 둔 여성 사무관이 숨진 채 동료 직원에게 발견됐다. 해당 사무관은 앞서 권익위에서 복지부로 전출됐고, 주말 이른 아침에 새로운 업무 파악차 나왔다가 변고를 당했다.
반면 일부에서는 부정행위에 눈을 돌리고, 그 유혹으로부터 헤어나오지 못해 뒤늦게 길고 긴 꼬리가 결국 밟히기도 한다. 결국에는 법의 심판을 받거나 스스로 자살이란 특단의 선택으로 죗값을 치른다. 얼마 전에는 버스업체 비리 의혹과 관련돼 수사선상에 있던 서울시 전·현직 공무원이 숨졌다.
지난달 24일 경기도의 시내버스업체 대표로부터 1억1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팀장이던 공모씨가 광명시 도덕산에서 목을 매 숨진 것이다. 경찰은 불법개조 사건 수사 차원에서 서울시 도시교통본부를 압수수색하다 공씨의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이 수사와 연관된 또 다른 사건의 참고인 조사를 앞둔 서울시 퇴직 공무원 정모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정씨는 이달 1일 서울 버스운수업체의 차량 불법개조를 수사 중이던 광진경찰서로부터 "참고인 신분으로 7일 조사에 나와 달라"는 통보를 받은 뒤였다. 경찰은 관리감독 권한이 있던 서울시 공무원들이 불법개조를 묵인 또는 방조한 것이 아닌지 수사 중이었다.
우리사회는 공무원 100만명 시대를 맞았다. 아울러 공시족은 2011년 18만5000명에서 2016년 25만7000명으로 무려 38.9% 증가했다. 공직자도 많지만, 공무원이 되겠다고 두 팔을 걷은 이들도 수두룩하다. 세 아이 엄마의 사연처럼 제 역할에 지나치게 충실하며 사고를 당한 이들은 무척이나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부정한 행위에 눈을 돌린 공직자라면 당장 처벌과 뒤늦게라도 큰 책임감 및 사명감을 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