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기술 우위 전략 통했다”···잇따른 수주 낭보
2017-06-07 15:14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삼성중공업이 미국 시원(SEAONE)과 건조의향서(LOI)를 체결한 연결식 예인·바지선(AT·B)에는 신개념 액화가스 운송기술인 ‘CGL’이 세계 최초로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삼성중공업은 기술 우위의 고부가가치 전략을 통해 최근 수년간 부진했던 수주 실적을 극대화하고 있다. 저가 경쟁이 치열한 일반 선박 대신 에너지·해양플랜트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
실제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9월부터 현재까지 해양플랜트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유조선 등을 연이어 수주하며 경쟁사들을 압도해 나가고 있다.
이번 시원 프로젝트는 CGL기술을 적용해 건조하는 세계 최초의 선박이다. CGL은 시원이 특허를 보유한 기술로 천연가스와 에탄, 부탄, 프로판 등을 가압, 냉각해 액체로 만든 다음 운반하는 방식이다. 섭씨 영하 40도, 제곱인치당 1400파운드의 압력을 가해 가스를 액체로 변환시킨다. 일반적인 가스 운반선은 저장창에 저장해 운반하는 기간 동안 기화가 돼 세어나가는 경우가 발생한다. 하지만 CGL은 이러한 문제를 최소화해 에너지 손실 비용과 제작비용을 동시에 줄일 수 있다는게 장점이다.
그동안 CGL 기술을 보급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온 시원은 미국 미시시피주 걸프포트에 건설중인 CGL 생산공장을 오는 2020년 2분기부터 상업 운영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여기서 생산된 액화가스를 삼성중공업으로부터 인도받은 AT·B로 운반해 카리브해 및 중앙아프리카 시장에 수출한다.
상용화를 통해 효과가 입증된다면 삼성중공업도 시원과 함께 가스 저장·운반선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포레스트 호그런드 시원 최고경영자(CEO)는 “CGL은 업계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이 프로젝트는 공해 배출량을 줄이고 연료소모도 최소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지와 예인선 결합한 신선종 최초 건조
삼성중공업은 국내 조선사 가운데 'AT·B'를 처음으로 건조하게 된다.
AT·B는 화물창 역할을 하는 바지(Barge)와 추진기·조타기 역할을 하는 예인선(Tug)을 결합해 하나의 선박과 같이 운항하는 형태다. 분리가 가능해 바지가 정박해 있을 때 예인선은 독자 항해를 할 수 있고, 바지를 옮길 때에는 다른 예인선을 결합해 사용할 수 있다. 일반선박에 비해 건조비용이 싸고, 평균 운항속도가 증가하면서도 연료 소모를 줄일 수 있는게 특징이다. 주로 미국내 하천과 호수에서 많이 사용하던 AT·B는 그동안 사용해역에 제한이 있었지만 기술의 발전과 대형화가 이뤄지면서 운항지역이 확대되는 추세다.
시원이 발주한 AT·B는 예인선과 바지를 결합했을 때 길이 234m 폭 38.7m 높이 21.7m에 달하는 이 분야 세계 최대 선박이 된다. 바지에는 시원이 개발한 CGL 저장창이, 예인선에는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 오염원 배출규제(Tier-III)를 충족하는 디젤엔진을 얹어 시속 14노트의 속도로 운항된다.
초대형 AT·B 기술을 가장 먼저 보유하게 된 삼성중공업의 포트폴리오도 확대될 전망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해양 플랜트 수주가 순조롭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에너지 운송 선박 부문에서 기회의 문이 열리고 있다”면서 “올해 남은 기간 동안 비교우위의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추가 수주를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