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에는 전기차만'..글로벌 리더 노리는 인도, 기후변화 억제 앞장선다
2017-06-05 14:57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 이후 전 세계적 기후변화 노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인도가 미국의 공백을 메울 글로벌 리더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파리협정 이행 의지를 거듭 강조하고 2030년에는 화석연료 차량 대신 전기차만 판매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는 등 기후변화 대응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 2030년에는 전기차만 판매
CNN머니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인도의 에너지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2030년까지 인도에서 판매되는 모든 차량이 전기차가 되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심각한 대기오염에 대응하기 위해 도로에서 화석연료 자동차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인도 정부는 우선 2020년까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의 연간 판매수를 600만~700만대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피유시 고얄 인도 에너지 장관은 향후 몇 년 동안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보조금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전기차가 보급되면 그 효과는 자동적으로 입증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대표적 전기차 생산업체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인도의 이 같은 계획을 환영했다. 그는 트위터에 “인도가 2030년까지 전기차만 판매하겠다고 약속했다. 인도는 이미 태양광의 최대 시장이다”라고 적었다. 앞서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협정 탈퇴를 비난하며 정책자문에서 빠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유럽 순방에 나선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친환경 정책을 추진하고 파리협정을 따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대외적으로 인도의 노력을 강조했다. 환경 의제를 둘러싼 중국과 EU의 연계가 강화되는 가운데 인도 역시 주도권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모디 총리는 2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국제경제포럼에서 미국의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와 관련한 질문을 받았다. 그는 미국을 직접 비판하지는 않았지만 “파리협정이 있건 없건 미래세대를 위해 기후를 보존하겠다고 약속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트위터에 “파리협정은 전 세계가 공유하는 유산이다. 파리협정은 미래세대에 혜택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적었다.
그밖에도 모디 총리는 지난달 30일 독일을 방문해 파리협정 준수 의지를 밝혔다. 3일에는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만나 “인도는 파리기후변화협정에 머물지 않고 그것을 넘어서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인도 정부는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 당사국총회에서 2030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단위당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33∼35% 줄이고, 재생에너지 비중은 종전 12%에서 2030년까지 40%로 늘리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인도는 최근 13.7GW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계획을 취소하고, 대신 750MW급 태양광 발전시설을 건설하기로 했다. 인도는 현재 13GW 규모인 태양광 발전 용량을 2022년까지 100GW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가 인도와 중국 등이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할 좋은 기회로 보고 있다. 호주국립대학 기후변화연구소의 마크 하우든 소장은 CNN머니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탈퇴 결정으로 “다른 국가들이 미국의 빈 자리를 차지할 기회를 얻게 됐다”면서 “청정에너지 분야에서 적극적인 중국과 인도, EU 등이 수혜국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컨설팅 업체인 우드 맥켄지의 프랭크 컨설턴트는 "친환경 기술을 개발하는 미국 기업들이 연구개발(R&D)센터를 아시아 지역으로 이전하면서 인도나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이 상당한 해외 투자를 유치하게 될 것"이라며 아시아에 돌아갈 경제적 효과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