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분석 Q] '내 탓' 없고 '니 탓'뿐인 '정유라 비리'…非양심들의 말말말

2017-06-02 17:33

박근혜정권 국정농단의 핵심인물인 최순실 딸 정유라씨가 31일 오후 인천시 중구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서 검찰에 압송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아주경제 전기연 기자 = "불구속을 보장해주면 가겠다" "한국 가면 아들 뺏길까 두렵다"

갖가지 이유로 한국행을 거부하던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덴마크로 도피한 지 245일 만에 국내로 송환됐습니다. 이제야 얼굴을 비춘 정유라씨는 그야말로 '불통' 이었습니다. 귀국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각종 쏟아지는 질문에 정유라씨는 '모르는 일' '엄마가 한 일'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기 바빴죠.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정유라 답변은 잘 준비된 대본'이라는 의견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현재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정유라씨를 상대로 삼성그룹의 특혜 지원 의혹, 이화여대 입학·학점 특혜 의혹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 혐의를 두고 그동안 정유라씨를 비롯해 최순실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의혹 관련자들이 법정에서 했던 발언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사진=연합뉴스 / 지난해 10월 오후 서울 이화여대 이삼봉홀 앞에서 학생들이 최순실 씨 딸 입학 및 학점 특혜 의혹과 관련해 최경희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인 '비선 실세' 최순실 씨가 지난 1월 17일 오전 첫 정식 재판이 열리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법정에 자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 최경희 전 총장, 김경숙 전 학장, 남궁곤 전 처장]

 

◆ 이화여대 입학·학점 특혜에 대한 말말말…

△ 정유라= "저는 학교를 안 가서 당연히 인정한다. 전공이 뭔지도 모르겠다. 대학교에 가고 싶어 한 적이 없었다. 입학 취소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 죄송하다" "(이대 면접장 승마복 착용 의혹 질문) 단복은 안 입었다. 임신 중이어서 안 맞았다. 메달을 들고 간 것은 그 때(이화여대)만이 아니고 중앙대(면접장)에도 들고 갔다. 어머니가 입학사정관에게 여쭤보라고 해서, (입학사정관이) 된다고 해서 들고 갔다" (2017년 5월 31일 인천공항 기자회견)
--------------------------------------------------------------------------------------------

△ 최순실= (2017년 5월 10일 7회 공판) "이화여대는 금메달 같은 것을 면접장에서 소지하면 안된다고 한다. 제가 부탁을 했다면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김 교수에게 확실히 알아보고 갖고 가지 말라고 했어야 한다. 제가 김경숙 전 이화여대 신산업융합대학장(당시 교수)에게 돈이나 어떤 걸 주며 꼭 집어넣어 달라고 얘기했냐. 저는 단순히 학부형으로서, 차관님을 알기 때문에 단순히 얘기한 것" / (2017년 5월 31일 결심공판) "이화여대에 유라를 특별 부탁할 이유도 없고, 이화여대 총장에게 그런 부탁할 이유도 없다. 유라가 대학을 권력과 재력으로 들어가려고 했다는 것은 잘못된 표현"

△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 (2017년 3월 21일 공판준비기일) "정유라가 입학할 당시엔 최씨(최순실)를 알지 못했다. 최씨에게서 부탁받은 사실이 없다. 교수들에게 체육 특기생에 대한 관심을 표한 적은 있지만 출석하지 않아도 학점을 주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 / (2017년 3월 29일 3차 공판준비기일) "체육특기생의 학사관리 부실문제는 다른 대학에도 만연한데 이화여대만 문제 삼는 것은 부당하다. 형평성에 맞춰 양형을 고려해야 한다" 

△ 김경숙 전 이화여대 신산업융학대학장= (2017년 4월 26일 공판) "2014년 9~10월 학장회의로 기억하는데 회의가 끝날 쯤에 총장님이 오셔서 다가갔고 그때 최경희 전 총장이 승마특기자 학생을 뽑으라는 말씀을 하셨다" / (2017년 5월 15일 결심공판) "정씨(정유라) 입시 관련해 하늘에 맹세코 범죄가 되는 어떤 짓도 하지 않았다. 제가 지도교수를 교체하라고 했다거나, 부당한 지시 내지 요청을 한 적은 결코 없다. 30년 교수 명예를 걸고 말한다. 억울하다.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

△ 남궁곤 전 이화여대 입학처장= (2017년 2월 22일 첫 공판준비기일) "김경숙 전 학장으로부터 정씨 합격을 부탁받지 않았고 최 전 총장으로부터 정씨를 뽑으라는 지시를 받지 않았다. 업무방해·위증 혐의 모두 인정할 수 없다" / (2017년 4월 6일 공판) "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지만 김 전 학장이 '23개 종목확대와 아시안게임, 승마 종목, 유망주, 정윤회씨 딸' 등의 키워드를 갖고 넌지시 슬쩍 흘리듯 말씀했다"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의 시발점은 이화여자대학교(이하 이화여대)에서부터였습니다. 지난해 9월 26일 한겨례가 '이화여대가 승마특기생으로 입학한 정윤회의 딸 정유라에게 특혜를 제공했다'고 보도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긴밀한 관계에 드러나기 시작됐죠. 이어 그해 10월 SBS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마장마술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낸 정유라씨가 2015년도 이화여대 체육 특기자 선발 당시 규정을 어기고 면접장에 금메달을 가져와 면접관에게 보여줬다'고 보도했습니다. 또한 수업하지 않고도 A학점을 받은 것 또한 드러나면서 특혜를 준 이화여대 관계자들이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이후 법정에 서게 된 이대 비리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혐의를 부인해 공분을 샀습니다. 결국 검찰은 지난달 15일 정유라씨에게 학사 특혜를 준 김경숙 전 학장에게 징역 5년을, 이어 같은 달 31일 최순실씨는 징역 7년,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은 징역 5년, 남궁곤 전 입학처장은 징역 4년형을 구형했습니다. 

 

[사진=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월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박영수 특검사무실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최순실이 지난달 23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 삼성그룹 승마 특혜 지원 의혹에 대한 말말말…

△정유라= "딱히 그렇게 생각해 본 적 없다. 돌이켜 보니… 잘 모르겠다. 어머니에게 들은 게 있다" "삼성전자 승마단이 지원하는데, (내가 지원 선수) 6명 중 하나라고 들었다. 그런 줄 알았다" (2017년 5월 31일 인천공항 기자회견)
--------------------------------------------------------------------------------------------

△최순실= (2016년 12월 29일 첫 공판준비기일) "동계스포츠 영재 육성과 저변 확대를 위해 후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김 전 차관에게 후원할 곳이 있으면 알아봐달라고 부탁한 적은 있다. 후원금을 정하거나 기업을 특정해 후원을 받아 달라고 한 적은 추호도 없다" / (2017년 5월 30일 공판) "삼성이 유라를 지원하는데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가 자기네들끼리 (중장기 로드맵을) 만들어 삼성을 이용하고 유라를 끼워넣은 것이다. 하지만 박재홍 전 마사회 승마팀 감독이 지원에서 배제돼 깨졌고, 저희는 지원을 못 받았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2017년 3월 31일 3차 공판준비기일) "3차례 박 전 대통령과 독대하면서 어떤 부정한 청탁(정유라 지원 등)도 하지 않았고, 박 전 대통령을 통해 경영 문제를 해결하려 생각하거나 시도하지 않았다" / ( (2017년 5월 31일 21차 공판) "이 사건의 실체는 올림픽 승마 지원을 이끌어내려는 박원오의 욕심, 최순실이 딸 정유라 개인의 지원을 받으려는 욕심이 결합해 청와대를 움직여 삼성의 지원을 이끌어낸 것"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 (2017년 5월 12일 13차 공판) "삼성은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 외에 다른 선수들도 함께 지원하려고 했지만 최씨의 방해로 실제 지원이 이뤄지지 않았다" / (2017년 5월 31일 21차 공판)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이 먼저 정유라를 포함한 승마지원 계획을 세우라고 했다. 박상진 전 사장을 만나기 전 최씨에게서 '삼성에서 정유라를 지원하기로 했다'는 말을 들었다" 

검찰에 따르면 삼성그룹이 최순실 일가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은 2014년 9월 15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재용 부회장을 독대하면서부터 제기됐습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이재용 부회장에게 '승마 유망주 지원'을 요청했고, 2015년 5월 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결의를 공시한 한 달 후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이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을 만나 정유라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는 것이 검찰 측 주장 입니다. 

현재 삼성 비리에 대한 공판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정유라씨가 향후 결정적인 발언을 쏟아내 최순실-박근혜-이재용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드러날지 관심이 집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