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통업계 ‘죽음의 땅’으로…이마트, 수익성 악화로 결국 철수

2017-06-01 18:00
롯데마트 등 다른 기업 움직임에 촉각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사진=연합뉴스]

중국이 ‘기회의 땅’에게서 ‘죽음의 땅’으로 전락하고 있다.

외국기업에 배타적인 중국의 문화와 불명확한 법 체계로 인한 기업환경 악화로 인해 주요 유통 대기업들이 철수를 결정하면서다.

특히 최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후폭풍에 시달리면서 중국 진출 기업들의 수익성이 대폭 악화됐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달 31일 이마트의 중국 철수를 공식화했다.

이마트는 ‘1000호점 오픈’을 목표로 1997년 중국 시장에 첫 발을 내딛었다. 한때 현지 매장이 30개에 육박했지만, 현재는 6개만 남았다. 지난해 12월 상하이(上海)의 중국 1호점 문을 닫았고, 지난달 상하이 라오시먼점도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폐점하는 등 철수 수순을 밟아왔다.

2011년 중국 이마트는 한 해에만 1000억원 넘는 손실을 기록했다. 최근 4년 간 누적 적자액만 1500억원에 달한다.

중국 입지 선정, 현지화 실패, 높은 임차료 등 악재가 쌓인 상황에서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복성 조치까지 이어지자, 결단을 내리게 됐다.

이마트는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오프라인 정리에 나섰다. 장사가 잘 안 되는 매장은 문을 닫고 매장을 짓기 위해 사뒀던 땅도 팔아 e커머스 사업에 재투자하고 있다.

롯데마트 역시 상황은 녹록지 않다. 중국 내 99곳의 롯데마트 점포는 사드 보복 여파에 대부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 내 롯데마트에는 끊임없이 각종 ‘규제’에 시달려왔다. 중국 당국의 소방 점검 결과 등을 이유로 전체 운영 점포의 90%에 달하는 74개 매장 영업이 중단됐다. 13개는 자율휴업 중이고, 나머지 12개는 손님이 거의 안 들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한 손실액만 2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롯데는 현재 중국에서 대형마트를 비롯해 백화점과 슈퍼까지 약 120개 유통 계열사 점포를 운영 중이다.

롯데마트는 2008년, 롯데백화점은 2011년 중국에 진출했다. 롯데마트는 적자 규모는 2013년 830억원 수준에서 2014년 1410억원, 2015년 1480억원으로 매년 늘어났다.

롯데마트 측은 현재 매각설을 부인하고 있다. 롯데의 중국 사업 매각 혹은 철수설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3년 중량(中糧)그룹이 롯데마트를 9000만달러에 인수한다는 설이 제기됐었으나, 성사되지는 않았다. 이후에도 중국 업체인 우메이(物美)와 협상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모두 무산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마트가 결국 철수를 결정했고, 롯데 역시 피해를 복구하는 데 상당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높아진 인건비와 함께 당분간 ‘차이나 리스크’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