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그룹 해외계열사 내부거래 크게 늘어…4년새 48조원 증가

2017-05-29 08:02

아주경제 김정호 기자 = 10대 그룹의 해외계열사 내부거래 규모가 4년 동안 48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대기업들이 내부거래 일감을 대거 해외로 돌렸을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현행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국내 계열사의 내부거래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해외에서 벌인 일감몰아주기는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29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자산 상위 10대 그룹이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계열사 간 상품과 용역거래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해외계열사 내부거래액은 2011년 239조7000억원에서 2015년 287조6000억원으로 47조9000억원(20.0%)이 증가했다.

반면, 국내 계열사 내부거래액은 2011년 139조2000억원에서 2015년 123조원으로 16조2000억원(11.6%)이 감소했다.

같은 기간 10대 그룹의 총매출은 15조3000억원(1.6%)이 늘었다.

10대 그룹의 국내 계열사 평균 내부거래 비율은 2011년 14.9%에서 2015년 13.0%로 1.9%포인트 떨어졌다. 하지만 해외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율은 25.7%에서 30.3%로 4.6%포인트 올라갔다.

4대 그룹의 해외계열사 내부거래액을 보면 삼성그룹이 2011년 108조1000억원에서 2015년 147조1000억원으로 39조원(36.1%)이 증가했다. 내부거래 비율은 39.9%에서 54.1%로 14.2%포인트나 높아졌다. 이 기간 삼성그룹의 국내 계열사 내부거래액은 35조3000억원에서 19조6000억원으로 15조7000억원(44.4%)이 줄었다. 내부거래 비율도 13.0%에서 7.2%로 5.8%포인트 떨어졌다.

현대차그룹도 해외계열사 내부거래액이 36조3000억원에서 47조3000억원으로 11조1000억원(30.5%) 늘었다. 반면 국내 계열사의 내부거래액은 32조2000억원에서 30조9000억원으로 1조4000억원(4.2%)이 감소했다. 해외계열사 내부거래 비율은 23.3에서 27.6%로 높아졌으나 국내 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율은 20.7%에서 18.0%로 2.7%포인트 낮아졌다.

SK그룹의 해외계열사 내부거래액은 30조9000억원에서 32조원으로 1조1000억원(3.6%) 늘었고 국내 계열사 내부거래액은 33조9000억원에서 33조3000억원으로 6000억원(1.8%) 줄었다. SK그룹은 총매출이 6조6000억원(4.6%) 줄어 해외계열사와 국내 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율이 각각 23.2%와 24.2%로 1.8%포인트, 0.7%포인트 각각 높아졌다.

LG그룹은 해외계열사 내부거래액이 45조2000억원에서 46조5000억원으로 1조3000억원(2.9%)이 증가했고 국내 계열사 내부거래액이 15조5000억원에서 16조8000억원으로 1조4000억원(8.8%)이 감소했다. LG그룹의 해외계열사와 국내 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율은 각각 40.7%와 14.0%로 0.3%포인트와 0.9%포인트 각각 높아졌다.

10대 그룹 가운데 해외계열사 내부거래액이 감소한 곳은 GS그룹과 두산그룹뿐이었다.

GS그룹과 두산그룹의 해외계열사 내부거래액은 각각 7조3000억원과 1조6000억원으로 5조원(40.3%), 8000억원(32.7%) 각각 줄었고 비율도 낮아졌다.

개별 계열사 중에선 삼성전자의 해외 내부거래액이 2011년 97조3000억원에서 2015년 115조7000억원으로 18조4000억원(18.9%)이 증가해 10대 그룹 계열사 가운데 가장 많이 증가했다.

SK하이닉스 해외 내부거래액도 9조5000억원에서 17조7000억원으로 8조2000억원(85.7%) 증가했고, 기아자동차는 해외 내부거래 규모가 1조1000억원에서 14조7000억원으로 3조6000억원(32.4%), 현대글로비스는 3조1000억원에서 5조1000억원으로 2조원(63.3%) 각각 증가했다.

이처럼 국내 계열사의 내부일감이 해외계열사로 넘어가면서 일부 기업은 직원 수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전자 직원 수는 사업보고서 기준 2011년 말 10만1970명에서 2015년 말 9만6898명으로 5072명이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