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했던 재무부 출신들…그 많던 모피아 다 어디로 갔나
2017-05-25 15:37
윤증현‧박재완 장관 등 이명박 정부 이후 명맥 끊겨
실물경제 감각 좋지만 기수 중심 조직으로 소통 아쉬워
실물경제 감각 좋지만 기수 중심 조직으로 소통 아쉬워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한국경제 공직사회에서 양대 축으로 꼽히는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가 주춤한 모습이다. 한때 금융권 요직에서 활약하던 인물들도 은퇴하거나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하는 형국이다.
모피아는 박근혜‧문재인 정부에서 존재감을 과시하는 EPB(옛 경제기획원)에 비해 영향력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 강만수‧윤증현‧박재완 장관으로 이뤄진 이른바 ‘이명박 사단’ 이후 이렇다 할 관료가 눈에 띄지 않고 있다.
그나마 박근혜 정부 당시 금융권에 대거 포진했던 인물들도 공직에서 물러났다. 후기 기수들도 EPB에 한참 밀리는 모양새다.
모피아는 강한 추진력과 실물경제에 능통해 단기전략을 수립하는 데 강점을 보였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마지막까지 모피아 출신만 중용하면서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장관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금융위 산하공공기관 26곳 수장 가운데 12명이 모피아 출신일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모피아 특유의 수직적 조직 문화가 발목을 잡았다. 지난 2013년 민간 금융회사인 KB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한 임영록 전 기재부 2차관이 이듬해 ‘KB사태’ 중심에 서면서 모피아의 힘은 급격히 떨어졌다.
당시 KB사태는 전산시스템 업체 선정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과 불법적으로 벌어진 권력 남용이 도마에 올랐다. 임 전 회장과 이건호 전 은행장의 내부 권력 다툼으로 진통을 겪었다.
이는 금융권에 진출한 모피아 출신들에게 치명적인 사건이 됐다. 박근혜 정부 금융 실세 가운데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당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제외하고 신제윤 금융위원장,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최종구 금융감독원 부원장 등 당시 금융당국 핵심인물들이 모두 옷을 벗었다.
이후 모피아 출신에서 장관급 관료에 오른 계보가 끊겼다. 현재 최종구 한국수출입은행장, 은성수 한국투자공사 사장, 문창용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등이 공공기관장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박 정부에서 경제부총리 내정자로 이름을 올렸던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모피아 출신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과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이 모피아 출신이다. 장관급 직무이기는 하지만 국회의원을 거친 사례가 있다는 점에서 정통 모피아로 규정하기는 애매하다는 시각이다.
이 밖에 박재완 전 장관은 성균관대 국정관리대학원장, 김근수 전 여신금융협회장은 한국장학재단 정책연구위원, 유재훈 전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회계감사국장, 허경욱 전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 등으로 공직에 물러나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모피아는 전통적으로 기수 중심 결속력이 강하다. 재무부 출신 모임인 ‘재우회’는 금융계에서 상당한 인맥을 과시했다. 예전보다 힘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모피아는 금융계 핵심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결속력이 강하다 보니 주변에 공공의 적이 많아졌다. 여기에 EPB와 끊임 없이 비교대상이 되면서 특유의 추진력이 상실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부 한 고위 관계자는 “모피아는 선·후배가 확실한 수직관계다. 그들끼리 밀고 당겨주는 끈끈함이 있다”며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으로 인해 금융기관 모피아 출신들이 줄줄이 옷을 벗은 것도 비슷한 이유”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최근 정부 조직이 점차 수평적으로 변하는 흐름에 편승하지 못하면서 관료직과 멀어지는 느낌이다. 모피아 출신들의 위기관리 능력을 새 정부에서 활용한다면 상호보완적인 정책 시스템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