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22일(이하 현지시간) 발생한 맨체스터 테러 이후 미국 매체들이 앞다퉈 민감정보를 공개하면서 영국 정부가 격노하고 있다. 영국 안보당국은 미국과 테러정보 공유를 유보하는 안까지 고려하고 있다. 911 테러 이후 이어진 미국과 영국간의 긴밀한 반테러 공조에 균열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가디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영국 관리들은 24일 뉴욕타임즈(NYT)가 맨체스터 테러 현장 및 폭발물 사진들을 공개한 것을 보고 분노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의 한 고위 관리는 “미국 당국 내부에서 유출된 이 사진들은 희생자와 그 가족, 일반 시민들에 고통을 안기고 있다. 영국과 미국 당국 간 갈등이 감지된다. 영국 측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25일 브뤼셀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이와 관련해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다

맨체스터 테러 이후 영국 수사당국은 행여 수사에 지장이 생길 수 있어 범인의 신원이나 폭발물과 관련한 민감정보를 언론에 공개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 매체들은 영국의 우려를 아랑곳하지 않고 보도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 매체들은 미국 안보당국 관계자를 인용하여 이번 테러가 자폭 테러였고 범인의 이름이 아베디라는 내용을 가장 먼저 보도했다. 영국 정부의 공식 발표를 두 시간 이상 남겨둔 때였다. 영국은 미국 측에 불만을 드러내면서 민감정보의 추가 유출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런데도 24일 NYT는 영국 수사 당국이 맨체스터 테러 현장과 폭발물 등을 자세히 찍은 사진들을 여러 장 공개했다. 사진 속에는 범인이 매고 있던 가방의 파편, 피가 뭍은 기폭장치, 검게 탄 폭발물 파편들의 모습이 들어있었다. NYT는 영국 수사당국이 찍은 것이라고만 밝혔고 누구에게 입수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파이낸셜타임즈(FT) NYT가 공개한 사진들은 암호가 걸린 특수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할 수 있는 이들만이 접근할 수 있는 자료라면서 영국 당국이 미국과 민감정보 공유를 잠시 유보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영국 대테러국 대변인은 “안보 동맹국과의 관계는 무척 중요하다. 신뢰가 무너지면 이 관계가 무너지고 수사에 지장을 줄 수 있다. 특히 현재 대테러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잠재적 증거들을 거르지 않고 공개할 경우 문제는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정보 유출 논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외무장관과 주미 대사에게 IS 테러 전략과 관련한 기밀 정보를 누설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뒤 나온 것이라 영국 측에서는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이라크전 조사단에 참여했던 로런스 프리드먼 교수는 영국의 정보공유 중단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미국 안보 관리들은 알고 있는 것을 자랑스럽게 떠벌리는 기강 해이를 보여줬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