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항공사들, 휴대전화로 기내 촬영금지…또 갑질 논란

2017-05-25 00:16

조종석 근처 셀카 찍은 승객 쫓아내…"감시수단 재갈 물린다" 비판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최근 미국 항공사에서 휴대전화로 기내 또는 발권 카운터 등을 촬영한 승객을 저지한 사례가 잇달아 발생해 또 다른 '갑질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전 세계적 공분을 산 미 유나이티드항공의 승객 강제퇴거 사건 이후 항공사들의 서비스 행태에 대한 '휴대전화 촬영 제보'가 이어지는 가운데, 항공사들이 승객들의 고발 자체를 원천 봉쇄하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24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 루이지애나 주 뉴올리언스공항에서 근무하는 유나이티드항공사 발권 카운터 직원은 최근 300달러의 수하물 비용 문제로 시비가 붙은 승객이 자신을 휴대전화로 촬영하자 이 승객의 예약을 취소해버렸다.

네이방 오자라는 이 승객은 해당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유나이티드항공은 문제가 되자 뒤늦게 "우리가 애쓰고 있는 고객 서비스의 가치를 반영하지 못한 행동"이라며 사과했다.

미 저비용 항공사인 제트블루항공 기내에서도 최근 기내 휴대전화 촬영 문제로 실랑이가 있었다.

미카엘 니센손이라는 남성 승객이 조종석 근처에서 셀카 영상을 찍고 있자 승무원들이 보안요원과 경찰을 불러 이 승객의 행동을 막았다. 니센손은 결국 비행기에 탑승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니센손은 "비행기에서 셀카를 찍지 못한다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대다수 미 항공사들의 규정에는 기내 휴대전화 촬영이 엄격히 제한돼 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승객이 기내에서 휴대전화나 소형 비디오 카메라로 자신이나 일행을 향해 개인적인 이벤트만 촬영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동의없이 다른 승객이나 승무원을 향해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은 금지된다는 뜻이다.

아메리칸항공과 델타, 사우스웨스트항공도 비슷한 기내 촬영 제한 규정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승객 강제퇴거 사건을 비롯해 유모차 강탈, 조종사 폭행 등 근래 비행기 안에서 일어난 여러 사건을 보면, 예기치 못한 상황이 생길 때 승객들이 자연스럽게 휴대전화를 꺼내들어 영상을 찍고 이를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게 일반적인 관행이 됐다.

항공사들도 기내에서 돌발상황이 생겼을 때 이를 촬영하는 승객을 실제로 저지하는 못하고 있다.

여행 블로거 게리 레프는 "비디오 촬영은 승객이 기내에서 항공사에 의해 부당하게 대우받는지 감시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항공기 기내가 공공장소에 해당하기 때문에 개인의 촬영을 금지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승객이 항공사의 운항 또는 서비스 업무를 방해할 정도로 과도하게 촬영을 지속할 경우 항공사 측이 해당 승객을 저지하거나 탑승을 거부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견해도 나왔다.

oakchul@yna.co.kr

(끝)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