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개혁·구조문제 해결 아이디어 '톡톡'…김동연표 정책은
2017-05-24 06:11
참여정부 때 총액배분자율편성제 도입 주도
아주대 총장 시절 '파란학기제', '애프터 유' 프로그램 등 도입
(세종=연합뉴스) 박대한 이대희 김수현 기자 = 총액배분자율편성제(톱-다운제)란 재정당국이 각 부처별 예산 한도를 정해주면 각 부처가 한도 내에서 중요 정책에 맞춰 자유롭게 예산을 편성하는 방식이다.
재정당국은 예산 기준 등에 부합하는지 등만 중점적으로 보고 각 부처가 정책과 예산의 연계를 강화, 기존의 '지나친 예산요구-대폭 삭감' 관행을 개선했다.
2005년부터 시행된 총액배분자율편성제를 도입하는데 기여한 이가 바로 문재인 정부의 초대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지명된 김동연 후보자다.
2003년 미국 세계은행(IBRD) 프로젝트 매니저 겸 선임정책관으로 있던 김 후보자는 당시 이 같은 선진 재정개혁 사례를 분석해 정책으로 이어지도록 했다.
김 후보자는 국가경제의 큰 그림과 구조개혁 문제에 집중해 온 경제기획원과 기획예산처, 기획재정부 시절을 거치면서 내부에서도 각종 구조개혁과 관련한 아이디어를 많이 내놨다.
특정 정책이나 논리에 매몰되지 않고 유연성을 발휘하는 것도 김 후보자의 장점이라고 주변 선후배들은 평가한다.
예산실장에 임명된 뒤 '2011년 예산'을 내놓으면서 생애 사이클에 맞춰 보육(영유아)-안전(아동)-교육(중고생, 대학생)-주거의료(청장년, 노인 등) 등 4대 과제와 취약계층인 장애인과 노인, 저소득층, 다문화가족 등 4개 타깃을 설정한 뒤 이들 8대 분야에 재원을 집중했다.
서민에 대한 정부 지원을 확대하면서 미래대비에 역점을 뒀고, 그동안 '개발논리'를 앞세워 브레이크 없는 증가를 기록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3% 넘게 줄이면서 제동을 걸었다.
이듬해 '2012년 예산'을 짤 때는 일자리 확충을 제1과제로 했다.
특히 청년 창업과 고졸자 취업, 문화·관광·글로벌 일자리, 사회서비스 일자리 등 4대 핵심 일자리 사업과 사회보험료 지원을 더한 '4+1' 일자리에 초점을 맞췄다.
일자리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둔 문재인 정부의 경제수장에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당시 재전건전성에도 신경을 쓰면서 "2008년 경제위기 때 나라 곳간을 풀어 위기를 잘 극복했는데 다시 곳간을 채우는 게 경제위기를 완전히 극복하는 완결판이란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으로 있으면서 확장적 재정정책 등을 통해 경제위기 극복에 일조했다면, 위기가 어느 정도 극복된 뒤에는 다시 재정건전성 강화로 미래를 대비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김 후보자는 국무조정실장(장관)을 마지막으로 관직을 떠나 2015년 아주대 총장에 취임한 뒤에도 평소 생각하던 교육개혁 아이디어를 대학사회에 접목했다.
김 후보자가 도입한 '파란학기제'는 학생들이 하고 싶은 공부나 활동을 제안하면 심사를 거쳐 과목으로 인정해 학점을 주는 제도다. '깨트릴 파(破)', '알 란(卵)'자를 써 문자 그대로 학생들이 고정관념의 껍질을 깨고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 파란학기에 참여한 학생들은 같은 학점의 정규 과목보다 과목 이수에 2∼3배의 시간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후보자는 이에 대해 "학생들이 과목 결정 과정을 주도하도록 '거버넌스' 구조를 바꾼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어려웠지만 공부의 끈을 놓지 않았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주대에 '애프터 유(After you) 글로벌 캠퍼스' 제도도 도입했다.
'나 먼저(me first)'의 반대말인 '애프터 유'를 이름으로 내건 이 제도는 성적과 관계없이 어려운 환경 탓에 해외연수 기회를 갖기 어려운 학생들에게 글로벌 교육 경험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소득 5분위 이하 학생을 대상으로 하되 성적이나 외국어 성적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어려운 대학 재정여건을 감안해 학교 예산을 전혀 쓰지 않고 외부 펀딩을 받아 제도를 운영했다.
한편, 김 후보자는 최근 부총리 지명 이후 아픈 가족사가 다시 드러나면서 또다시 마음고생을 했다는 후문이다.
김 후보자는 국무조정실장으로 일하던 2013년 10월 백혈병으로 투병하던 장남을 떠나보냈다.
3년여가 흘렀지만 최근 부총리에 지명되면서 관련 내용이 언론에 보도됐다.
특히 김 후보자의 철두철미한 품성을 소개하는 일화로 '아들의 발인 당일 오후에 출근했다'는 소식이 언론 기사에 소개돼 김 후보자와 가족이 힘들어 했다는 것이다.
당시 원전 안전 문제가 이슈가 되면서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원전 관련 대책 발표를 국무조정실에 요청했다.
국무조정실은 당시 김 후보자가 상중이어서 어렵다고 했지만 이 얘기를 전해 들은 김 후보자는 아들의 발인날 오후 출근은 하지 않고 집 근처 카페에서 문안을 다듬은 뒤 다음날인 10월 10일 오전에 대책을 발표했다.
주변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큰아들이 살아 있었다면 아빠가 발표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pdhis959@yna.co.kr
(끝)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