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마피아 영웅 폭사 25주기 D-1…伊마피아 두목, 한낮 총격 피살
2017-05-23 04:12
"마피아 세력 여전히 공고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줘"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 남부 섬 시칠리아를 근거지로 한 마피아 분파 '코사 노스투라'의 두목이 백주 대낮에 도심 한복판에서 총격을 받고 피살됐다.
이번 사건은 마피아 소탕에 앞장선 이탈리아의 반(反) 마피아 영웅 죠반니 팔코네 검사가 마피아의 폭탄에 폭사한 지 25주기가 되는 날을 하루 앞두고 벌어져 이탈리아 전역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이탈리아 경찰은 22일 오전(현지시간) 자전거를 타고 시칠리아 주도 팔레르모 도심을 지나던 마피아 두목 쥐세페 다이노티(67)가 괴한이 쏜 총에 머리 부위를 맞아 사망했다고 밝혔다. 목격자는 스쿠터를 탄 남성 2명이 다이노티를 쫓아와 총격을 가했다고 전했다.
살인과 사기 등의 혐의로 약 20년을 복역하다가 2014년 조기 사면을 받은 다이노티는 출소 후 마피아 조직에 의해 충성심을 의심받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시칠리아에서는 수 년째 마피아 세력이 크게 쇠퇴하며 마피아가 직접적으로 연루된 살해 사건이 몇 년 째 일어나지 않던 터라 이번 사건에 현지인들은 크게 놀란 듯한 모습이다. 게다가 그의 피살은 팔코네 검사의 25주기 전야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탈리아는 팔코네 검사의 25주기를 맞아 23일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기념식을 여는 등 마피아에 의해 목숨을 잃은 영웅들을 대대적으로 추모할 예정이다.
1986∼1987년 진행된 일명 '맥시 재판'을 통해 시칠리아 마피아 342명에게 유죄 판결을 내리며 마피아와의 전쟁을 주도한 팔코네 검사는 1992년 5월 23일 팔레르모 공항 인근의 고속도로를 달리다 마피아 두목 지시로 차량에 설치된 400㎏ 규모의 강력한 폭탄이 터지며 아내, 경호원 3명과 함께 즉사했다.
팔레르모 지방 검찰청의 프란체스코 로 보이 청장은 "팔코네 검사의 25주기를 앞두고 백주 대낮에, 도심 한복판에서 마피아 두목을 겨냥한 살해 사건이 일어난 것은 상징적"이라며 "일각에서 마피아가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때 마피아는 노골적인 총격을 펼치며 자신들이 여전히 존재함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칠리아 사법 당국은 최근 몇 년 동안 나폴리에 근거지를 둔 마피아 분파 '카모라'나 칼라브리아에 뿌리를 둔 '은드란게타'에 비해 '코사 노스투라'가 현저히 쇠락하긴 했으나 제대로 된 구심점만 갖춰질 경우 빠르게 옛 악명을 되찾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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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