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특사단, 본격 활동 돌입…교황·파롤린 추기경 면담 예정

2017-05-23 02:26

김희중 대주교 "교황청, 국익 무관하게 북핵해결 중재 가능한 유일한 곳"

(바티칸시티=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북한의 미사일 추가 발사 등으로 국제 사회의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의 교황청 특사인 김희중(70)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이 북핵 위기 해결을 위한 교황청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가지고 이탈리아 로마에 도착한 김희중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겸 광주대교구 교구장(대주교)은 23일부터 바티칸에서 교황청 고위 관계자들을 잇따라 만나 특사 활동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교황청 소식통에 따르면 김 대주교와 성염 전 바티칸 대사로 구성된 특사단은 이날부터 프란치스코 교황,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추기경) 등 교황청 수뇌부와 면담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청의 외교 관례상 구체적인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프란치스코 교황이 24일 오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동하는 것을 고려하면 특사단과 교황과의 만남은 그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4일 트럼프와의 회동 때까지 아일랜드, 불가리아 대통령과의 면담 등 미리 잡혀 있는 굵직한 일정들로 숨 쉴틈도 없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연중 가장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어 물리적으로 특사단과 만날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사단은 따라서 교황과 면담하기 전에 프란치스코 교황에 이은 교황청의 '넘버 2'로 사실상 교황청 실무를 책임지고 있는 파롤린 국무원장을 먼저 만나 북핵 위기를 슬기롭게 풀고,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하기 위한 교황청의 관심과 지원을 호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20일 로마에 온 김희중 대주교는 "교황청은 국익에 민감한 여느 나라와는 달리 국익에 구애받지 않고, 보편적인 정의, 세계 평화라는 대의에 따라 북핵 위기 해법을 조율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곳"이라며 새 정부의 교황청으로의 특사 파견엔 "북핵 위기 해결을 위한 도덕적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교황청 만한 곳이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앞서 4대 강국이 아닌 교황청에 이례적으로 특사를 파견하는 것에 대해 "전 세계 12억 가톨릭의 중심이자 해외 전역에 100여 개 공관을 유지하고 있는 교황청과 한반도 평화·안정을 위한 협력기반을 강화하고자 하는 새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 대주교는 "교황청은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외교력이 대단하다"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국과 쿠바의 역사적 화해 과정에서 중재 역할을 한 것처럼 북핵 문제에서도 상당한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교황청은 미국과 쿠바의 2014년 12월 국교 정상화 과정 당시 명분을 중시하는 미국과 실리를 추구하는 쿠바 사이에서 어느 한쪽이 마음 상하지 않게 외교력을 발휘하며 양국의 화해를 막후 조율했다고 김 대주교는 설명했다.

한편, 2014년 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내한 기간 세월호 유족과 위안부 할머니 등 사회적 약자를 따뜻히 보듬는 행보로 한국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바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평소에도 한국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평신도로부터 자생적으로 신앙이 전파된 것을 높이 평가하며 한국과 한국인에게 상당한 관심과 애정을 보여왔고, 남북이 분단돼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우려와 안타까움을 종종 나타내왔다.

교황은 최근에는 지난 달 29일 이집트 방문을 마치고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으로 인한 한반도 긴장 고조에 우려를 표명하며 외교적인 해법과 협상을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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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