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논란'에 대처하는 '옥자'의 자세…봉준호 감독, '공존'을 말하다(종합)
2017-05-15 17:36
5월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는 영화 ‘옥자’(감독 봉준호·제작 넷플릭스·한국 배급 NEW)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메가폰을 잡은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콘텐츠 최고 책임자, 제레미 클라이너 플랜B 프로듀서, 최두호·김태완·서우식 프로듀서, 김우택 NEW 총괄대표가 참석했다.
영화 ‘옥자’는 비밀을 간직한 채 태어난 거대한 동물 ‘옥자’와 강원도 산골에서 함께 자란 소녀 ‘미자’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봉준호 감독은 “넷플릭스 덕분에 ‘옥자’를 찍을 수 있었다”면서, “예산과 규모가 큰 작품인 데다가 영화 내용이 너무 과감해서 많은 제작사가 영화 제작을 망설였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망설임 없이 ‘옥자’를 선택해주고 전권을 내게 일임해줬다. 위험 부담이 컸는데도 전폭적 지지를 아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전폭적인 지지는 넷플릭스와 플랜B 측의 ‘덕심’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테드 사란도스와 제레미 클라이너는 “봉준호 감독을 오랫동안 흠모하고 있었다”고 밝히며, “그의 비전을 지원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덕분에 봉준호 감독은 원하는 바를 마음껏 작품에 녹여낼 수 있게 됐다. 봉 감독은 “제 의지로 컨트롤을 한 만큼 자유로움과 두려움, 책임감을 느낀다. 모두들 제 의지로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셨기 때문에 영화의 흠이 보인다면 그건 100% 제 잘못”이라고 설명했다.
‘덕심’으로 대동단결한 넷플릭스, 플랜B, 봉준호 감독이건만. 영화 ‘옥자’는 개봉 전부터 크고 작은 문제들에 휩싸이며 골머리를 앓았다. 바로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입성 및 개봉에 대한 문제였다.
‘옥자’가 칸 경쟁에서 제외되리라는 것은 루머로 밝혀졌지만, 내년부터는 프랑스 극장에서 상영되는 영화만 칸 경쟁에 초청할 수 있다는 새로운 규정이 만들어졌다.
이와 관련해 테드 사란도스는 “넷플릭스는 ‘옥자’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칸 영화제는 언제나 뛰어난 작품만 초대하지 않았다. ‘옥자’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배급과 무관하게 초청받았고 우리 역시 예술적 철학을 가지고 제작했다. 변화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역사적 전통을 가진 영화제지 않나. 앞으로도 우리는 뛰어난 작품들을 꾸준히 제작할 것이고 변화할 생각이다. 관객들과 페스티벌 역시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본다”고 털어놨다.
또한 테드는 “우리는 극장 배급·상영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영화가 극장에서 개봉하고 스트리밍되기를 원한다. 상호 배제하고자 하는 건 아니다. 중요한 건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 즉 관객이라고 생각한다. 각자 원하는 방향으로 관람하면 되지 않느냐”라며 입장을 분명히 했다.
봉준호 감독 역시 칸 국제영화제와 관련, 변화의 폭이 넓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봉 감독은 “결국 스트리밍과 극장은 공존하게 될 거로 생각한다. 어떻게 공존하느냐가 문제이며 이번 사건이 시작점이라 생각한다. 블루레이·IPTV·넷플릭스·극장 등 영화를 보는 방법은 다양하다. 심각하게 우려할 만한 일이 아니고 아름답게 해결되리라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그는 “얼마 전 프랑스 영화 한 편을 봤다. 극 중 ‘시네마는 죽었어. TV가 나왔기 때문이야’라는 대사가 있더라. 그리고 몇십 년이 지나서 다 평화롭게 공존하지 않나. 지금 마음 편하게 평화롭게 지켜보는 중”이라고 털어놨다.
또한, 문제가 됐던 상영 기간에 관해서도 입을 열었다. 한국 배급을 맡은 NEW 김우택 총괄 대표는 “오는 6월 29일 개봉을 확정 지었다. 같은 시간 119개국에서 공개되며 한국에서는 극장에서도 만나 볼 수 있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상영 기간은 무제한으로 결정지었다. 상영 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봉 감독은 “처음 일 할 때부터 넷플릭스와 한국 극장 개봉에 관해 이야기했다. 한국 관객을 위해 폭넓게 개봉한다고 협의하고 시작했기 때문에 마음이 편했다. 한국 외에도 미국, 영국은 극장 개봉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롭고 과감한 방식을 선택한 영화 ‘옥자’에 대한 반응은 가지각색이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스트리밍 서비스와 극장 배급이 공존하게 될지 공멸하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