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노믹스 대해부-4] 부동산 전문가들 "시장, 정책보다 입주 등 수급요건이 좌우"

2017-05-15 14:39
도시재생 및 주거안정에 초점...급격한 규제는 없을 듯
지자체와 민간 참여 유도해 비용 낮추는 게 관건

전문가 4인 주요 발언.


아주경제 김충범 기자 =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국내 부동산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일 전망이다.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하는 정책이 '도시재생' 및 '주거안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서민을 중심으로 한 수요층의 관심이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문 정부는 향후 5년간 전국 500여곳에서 총 50조원을 투입해 소규모 정비사업 위주로 노후 주거지를 개선하는 '도시재생 뉴딜정책'을 비롯, 임대차 재계약 시점에 임차료 인상률을 연간 5% 이하로 제한하는 '전월세상한제', 서민층 주거정착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확대 등을 핵심 부동산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문 정부의 정책에 대해 과도한 개발보다는 지역 커뮤니티에 기반한 점진적·입체적 도시개발 유도가 기대되고, 다양한 계층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요소가 많다는 점에서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다만 정책이 반드시 장기적인 측면에서 민간 유도가 뒷받침돼야 할 필요성이 있는 데다, 재원 조달이 만만치 않은 점, 정책 범위가 너무 포괄적인 점 등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15일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의견을 내놓은 전문가들은 권대중 대한부동산학회장(이하 가나다 순),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 등 4명이다.

◆ 文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을 총평하면. 

▲권대중 학회장=단연 서민의 주거안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볼 수 있다. 도시재생 뉴딜정책과 임대주택 공급 확대가 대표적인데, 모두 긴 호흡 차원에서의 실행력을 갖고 지역별 특색에 맞게 추진돼야 할 정책들이다.

▲박원갑 위원=과도한 개발보다는 장기적인 측면에서 시장 안정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다만 최근 주택시장 분위기가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당장 집값을 인위적으로 떨어뜨리는 규제를 가하긴 어려울 것이다.

◆ 도시재생 뉴딜정책이 도입되는 계기는. 

▲권대중 학회장=문재인 정부가 현재 상당수 도심지 곳곳에 진행되고 있는 노후화·슬럼화 현상을 직시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재개발·재건축 구역에서의 정비사업이 주민 갈등, 여건 악화 등으로 지연되면서 해제되는 사례가 많아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도시 기능을 회복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 같다.

▲권일 팀장=기존 전면 철거방식의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역사·문화·환경 부분을 고려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특히 정치적 지향점이 같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미 서울시에서 이 같은 유형의 도시재생을 시작하고 있다. 뉴딜정책은 이에 따른 연장선상에 있는 사업으로 풀이된다.

◆ 도시재생 뉴딜정책의 예상 파급 효과는.

▲권대중 학회장=점점 슬럼화되는 도시의 특징은 물리·기능·경제의 감가가 동시에 진행된다는 점이다. 도시재생 뉴딜정책이 제대로 시행된다면 이러한 감가 현상 방지는 물론 주민 삶의 질을 높여 지역경제 활성화도 도모할 수 있다. 다만 도시재생 사업이 추진되는 지역에 세입자를 위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오히려 저소득층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세입자에게 최소한의 이주비나 보상비가 마련되지만, 소규모 사업이 추진된다면 그러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사업이 끝나고 부동산 투기가 발생해 원주민의 거주비율이 현저하게 낮아질 수 있는 점도 사전에 방지해야한다.

▲권일 팀장=지역 맞춤형으로 도심 재생이 이뤄진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지역이 협소한 경우 들이는 비용에 비해 개선효과가 적을 수도 있다. 또 전면철거 방식에 비해 기반시설의 획기적 개선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장재현 팀장=과거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경우 일관된 아파트 개발로 도시 미관이 획일화되고 지역 특유의 근대 유산이 사라지는 문제점이 있었다. 하지만 뉴딜정책이 추진되면 오래된 주택은 리모델링되고 지역 흐름에 맞는 인프라가 구축되는 등 도시 본연의 모습 및 다양한 주택형태가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전·월세상한제 도입의 부작용은 없나.

▲박원갑 위원=전·월세상한제의 경우 세입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집주인이 미리 임대료를 올리거나 월세로 전환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선별적·단계적으로 적용될 필요가 있다.

▲권일 팀장=단기적으로 임차인에게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시행이 예고되면 임대료 상승은 불 보듯 뻔하다. 정부가 도입 전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안전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하반기 이후로는 전국적으로 입주물량이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따른 전·월세 가격의 상승세도 다소 둔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부가 긴박하게 제도 도입을 결정하기보다는 조금 더 시장 상황을 파악한 후 내놔도 늦지 않을 것 같다.

◆ 文 정부 정책에 대한 제언은.

▲권대중 학회장=이제 5~6년 후면 1기 신도시의 약 45만 가구가 동시에 도시재생사업에 들어가게 된다. 향후 구도심과 신도시가 동시에 슬럼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도시재생사업을 주력 사업으로 설정한 것은 올바르다고 본다. 다만 국토교통부, 국무총리 산하 도시재생위원회 중심의 개발에서 벗어나 지방자치단체가 도시재생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 지역 주민을 위한 사업임을 감안하면 지방자치단체도 이에 대한 부담을 나눠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외국의 사례처럼 지방자치단체가 도시의 신시가지나 기존시가지의 개발에 소요되는 재원을 미리 예측해 세금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조세담보금융제도(TIF: Tax Increment Financing) 등의 도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 향후 주택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로 전·월세 시장이 급등할 여지가 있는 만큼, 이에 따른 세부적인 로드맵도 마련돼야 할 것이다.

▲권일 팀장=문재인 정부의 정책은 모두 장기적인 관점에서 효력을 발휘하는 사안들이어서 단기간 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울의 경우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계속 진행 중이고 멸실도 꾸준히 발생해 우상향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측되며, 서울과 인접한 수도권 역시 인기지역을 중심으로 수요층의 인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강화된 규제가 계속 시행되고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 입주물량 증가 등의 요인이 산적한 만큼 전반적으로 주택시장이 작년처럼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박원갑 위원=문재인 정부의 정책은 이미 국내 주택시장에 어느 정도 선반영됐다. 특히 보유세 인상에 대해 보류하는 입장을 밝힌 만큼, 실질적으로 현재 시장을 냉각시킬 만한 악재는 없다고 판단된다. 올해 주택시장은 정책보다는 오히려 금리나 입주 수급 등의 요인에 따라 분위기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정책의 밑그림이 확실히 그려진 것이 아니어서 전망을 예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다만 막대한 재원을 공공이 모두 떠맡을 수는 없는 일이다. 공공뿐 아니라 민간의 사업 추진을 유도해 비용부담을 낮추는 것이 관건이다.

▲장재현 팀장=국내 주택지수는 이미 100을 넘어선 상황이다. 이 가운데 정부가 주택을 과잉 공급하면, 주택시장은 장기적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특히 도시재생의 경우 예전처럼 개발도상국과 같은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문화공간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사업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뉴딜정책은 충분히 도입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정부가 이 같은 도시재생의 경험이 풍부하지 않기에, 지역별 특색을 세밀히 파악하고 유럽이나 북미 등의 성공 사례 시스템을 국내 실정에 맞게 접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