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양태영 P2P '테라펀딩' 대표, "금융당국 규제, 세밀한 가이드라인 필요"
2017-05-10 15:06
"다세대, 빌라 등 소규모 건축 사업을 추진하는 대출자들이 은행에서 자금을 융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이처럼 제1금융권과 대부업체 사이 영역의 중금리를 원하는 수요층에게 대출을 제공하고, 안정적으로 투자자를 확보할 수 있는 선진화된 P2P(Peer to Peer: 개인 대 개인) 모델을 제시하기 위해 테라펀딩을 설립했다."
1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사무실에서 만난 국내 제1호 부동산 P2P 금융 플랫폼 '테라펀딩'의 양태영 대표는 회사 설립 이유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P2P 대출은 개인과 개인이 돈을 빌리고 빌리는 직거래 형태의 대출이다. 은행을 거쳐 대출이 이뤄지는 기존의 방식과는 다른 개념으로, 테라펀딩 같은 P2P 업체가 다수의 투자자를 모집하면 대출자가 납부한 이자를 투자자에게 나눠지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테라펀딩은 이 같이 건설 자금이 부족한 사업자들이 있는 틈새시장이 있는 것을 파악, 이들을 투자자와 연결해 10%대 중금리로 대출을 중개하는데 주력했다.
◆ 안정성 및 대출자·투자자·담보물건 간 밸런싱에 초점
작년 1월 초만 해도 누적 대출액이 100억원에 미치지 못했지만, 테라펀딩은 이후 소형 부동산 상품을 중심으로 한 안정적 투자자 모집에 성공하며 P2P 업계 중심 기업으로 빠르게 자리매김했다. 특히 현재 연체율 및 부도율 0%를 기록하고 있어, P2P의 약점으로 지적된 안정성 문제도 불식시켰다.
이에 대해 양태영 대표는 "P2P 업계에 가장 먼저 뛰어들어서 운 좋게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며 겸손해했다. 그는 "다만 투자자들의 '안정성' 확보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점이 비결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양태영 대표는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P2P 방식이 각광받는 것은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 은행 예금이자보다 높은 수익 등의 요인도 있겠지만, 부동산을 담보로 해 연체나 부도 상황이 발생할 경우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루트가 확보돼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 대표는 "특히 테라펀딩의 경우 전문가들이 부동산 물건을 둘러싼 시장 흐름 파악,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 등을 면밀히 분석하고 대출 여부를 심사한다. 물론 대출자의 대환 능력을 점검하는 것은 기본"이라며 "빌라 및 연립 등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기한 내 안정적으로 시공할 수 있는 지 여부도 세밀하게 파악한다. 투자자들의 손해를 최소화시키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같이 엄격한 심사를 바탕으로 하다 보니 자연스레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게 됐다. 또 대출 희망자, 투자자, 물건의 밸런싱을 맞추는 노하우도 축적할 수 있게 됐다"며 "최근 수도권에서 10억원을 웃도는 펀딩 규모의 다세대 투자 상품의 경우 1~2분 남짓 만에 투자자 모집이 마감됐는데, 이 역시 주체간의 밸런싱이 맞아 떨어졌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분석했다.
◆ 금융당국의 규제, 투자자 자산에 맞춘 세밀한 가이드라인 필요
이렇게 P2P 시장은 저금리 기조, 소규모 사업자들의 자금조달, 투자자들의 소액투자 등이 맞물려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양 대표의 표정은 썩 밝지만은 않다. P2P에 대한 금융당국의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서다.
금융위원회는 작년 11월 'P2P 대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이달 29일부터 개인 투자자가 P2P 업체 1곳당 1000만원까지만 투자할 수 있도록 투자 한도를 제한했다. 금융당국은 P2P 관련 투자자들의 피해 사고가 증가하고 있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양태영 대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금융당국의 규제 취지는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금융당국이 일괄적으로 1000만원 규제를 가하는 것은 자칫 성장기 흐름에 있는 P2P 산업의 추진 동력을 꺾을 수도 있다. 내달부터 당장 P2P 업계 누적 잔액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양 대표는 "금융당국이 P2P 시장에 대해 보다 면밀히 파악하고, 투자자들의 판단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물론 주식처럼 투자 한도를 없애면 가장 좋겠지만, 투자자들의 자산 상태에 맞게 한도를 세분화해 설정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금융당국이 여러 업체에 분산 투자를 유도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 같은 부동산을 다룬다 해도 업체마다의 경쟁력이 모두 다르다. 획일적으로 적용될 사안은 아니다"라고 아쉬워했다.
양 대표는 하반기 부동산 전망이 좋지 않은 점과 관련해서는 소규모 부동산을 취급하고 있어 큰 타격이 없을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그는 "부동산 시장 흐름이 나빠진다면 당연히 상환 재원이 분양인 대규모 건설사는 타격을 입겠지만, 우리 같이 소규모 건축에 주력하는 P2P 업체는 이에 따른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빌라나 연립 등은 선분양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건물을 다 지으면 이미 담보가 생겨 안정성이 어느 정도 확보됐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 대표는 "이렇게 건물이 준공됐다 해도 가치의 60%까지만 대출이 나간다. 특히 대출자가 상환을 못하는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이 경우 경매로 넘기는 차선책이 있어 금융이 아닌 부동산 시장 흐름에는 크게 좌우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